“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인식으로 ‘대한독립’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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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인식으로 ‘대한독립’ 외쳐”
  • 이은선 교수(안양대 명예교수 백석대 초빙교수)
  • 승인 2025.02.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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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한국기독교 140주년,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한 장면
③ 33인의 민족대표와 기독교인의 3.1운동 참여

‘3.1운동 33인 민족대표’ 중 기독교인 16명 참여
민족과 함께 고난받는 종교로 신뢰받는 계기돼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냥 세워진 것이 아니다. 신앙의 선배들이 받아들인 진리의 복음은 삶으로 실현됐고 나라를 살리는 구국운동으로 표출됐다. 국권침탈의 불우한 역사에 순응하지 않고 강력하게 저항한 민중들의 중심에는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본지는 창간 37주년을 맞이한 2025년이 한국기독교선교 140주년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한 장면을 교회사 교수들의 시선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백석대 이은선 교수는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된 만세운동의 중심에 기독교인들이 포진해 있었고,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에 기초가 되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그 열망은 기독교 신앙에서 출발했다. 오늘의 혼란한 시대 속에서 역사학자들은 신앙의 선배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주목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을 결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의 거울 앞에서 우리는 당당할 수 있을지 기독교선교 140주년에 되물어 본다. 

 

1919년 3월 1일 당시 덕수궁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을 선언한 후, 탑골공원에 모여있던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군중들은 덕수궁 앞을 지나 서울 여러 곳을 행진하며 만세를 불렀다.

선교 140년 역사 가운데 기독교가 한국 역사에 가장 중요하게 기여한 사건으로 기독교인 16명이 3.1운동의 민족대표로 참여했고 그 이후 전개된 3.1운동에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건을 선정하고,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살펴본다.

첫째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기독교인 16명이 참여한 의미이다. 선교사들이 국내에 입국해서 근대 학교들을 세워 민주주의를 비롯한 근대 서구 사상들을 전파했다. 민주주의는 교회의 다양한 회의와 목회자와 장로들을 세우면서 선거를 통해 실천됐다. 학교 교육과 교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하며 민족정신에 투철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나라의 독립을 주장하는 3.1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3.1운동에 가담한 민족대표 16인 가운데 목사는 길선주, 양전백, 김병조, 유여대, 오화영, 최성모, 이필주, 신석구, 신홍식, 정춘수 등 10명이었다. 장로는 이승훈과 이명룡이었고, 박희도는 YMCA 간사, 이갑성은 세브란스 의전 사무원, 박동완은 기독교 언론인, 김창준은 전도사였다.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 미션 스쿨에서 공부하였고 신학교 교육을 받은 분들이었다. 이들의 3.1운동의 민족대표로서 참여는 교회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민족의 독립을 위해 나선 숭고한 일이면서 동시에 고난의 길이라는 것을 자각한 개인적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대표자들 가운데 양전백, 이승훈, 이명룡은 이미 신민회에 가입하여 1911년의 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이필주와 최성모 목사는 상동교회 전덕기 목사의 지도를 받으며 ‘상동파’ 민족운동에 참여하여 민족의식이 투철했다. 이들은 한 면에서는 근대교육을 받아 민주주의를 터득하였고, 다른 한 면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독립을 얻어야 한다는 민족의식이 투철한 분들이었다.

기미독립선언문은 “조선의 독립국과 조선인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한다. 조선의 독립국임을 선포하는데, 이는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正權)를 영유(永有)케 하려는 것”이며,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는데, 이는 “민족의 항구여일(恒久如一)한 자유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3.1운동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호응하여 우리 민족의 독립과 자유 발전을 위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첫째 모든 민족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벗어나서 독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요, 둘째 모든 나라의 통치권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3.1운동의 33인의 대표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에 동의해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면서 동시에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고자 했다. 

둘째 16인의 기독교인 지도자들이 민족대표로 참여한 후에 전국 교회들과 기독교인들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데는 각 지방의 교회들과 기독교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독교인들의 적극적 참여는 3.1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체포되고 구금된 사람들의 숫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1919년 6월 30일까지 투옥자 9,458명 가운데 기독교인이 2,087명으로 22%를 차지했고, 12월 말까지 복역자 19,525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3,373명으로 17%이며, 천도교인은 2,297명으로 11%였다. 기독교가 3.1운동에 참여하여 사회적 책임을 잘 감당했을 때, 기독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가 아니라 우리 민족과 함께 고난받는 종교로 신뢰받게 됐다. 

셋째 3.1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해임시정부가 1919년 4월 11일에 출범하면서 임시정부헌장이 제정됐다. 이 임시정부 헌장에는 3.1운동 이후 우리 민족이 세우고자 하는 국가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하였고,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고 하였으며, 제4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종교, 언론, 저작, 출판, 결사, 집회, 통신, 주소 이전, 신체 및 소유의 자유를 누린다고 하였고, 제7조 대한민국은 신(神)의 의사에 의해 건국한 정신을 세계에 발휘하고 나아가 인류문화 및 평화에 공헌하기 위해 국제연맹에 가입한다고 하였다. 

임시정부 헌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하여 대한제국과의 명백한 단절을 선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 정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이 바로 3.1운동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깨달은 가장 소중한 자각이었다. 왕실의 실정으로 인해 망한 나라의 국권을 되찾는데 왕실을 중심한 양반들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반 국민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우리가 나라의 독립을 이루고 민주공화제를 세워가야 할 주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한 인식에 가장 앞장섰던 세력이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과 15인이 참석한 기독교와 천도교였다. 

기독교는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가르쳤다. 천도교도 동학의 시기를 지나 1905년에 손병희가 천도교로 이름을 바꾸면서 신분제를 부정하는 민주주의를 수용했다. 기독교와 천도교가 신분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수용하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3조에서 모든 인민은 계급없이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종교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누릴 것을 천명하였고, 신의 뜻에 세워진 나라라는 것을 선포했으며 국제연맹에 가입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3.1운동이 한편에서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의 목표를 가졌고, 다른 한편에서 조선시대의 봉건적인 신분제 사회를 타파하고 온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제 사회를 세우려는 목표를 가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겠다.

기독교인들과 천도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 국민의 의사를 모아 진행된  3.1운동이 그러한 의식을 천명했고 기독교인들과 여러 민족 세력이 연합으로 세운 임시정부에서 그러한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은선 박사<br>(안양대 명예교수<br>백석대 초빙교수)
이은선 박사(안양대 명예교수, 백석대 초빙교수)

임시정부에서 제시되었던 대한민국을 민주공화제 국가로 세우려는 목표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세워 성취됐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미군정 3년 과정에서 기독교인들과 여러 민족 세력은 인민공화국을 세우려는 세력과 싸워 승리하여 정부를 세웠다.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포했다. 우리는 기독교선교 140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민족이 배워 수용했던 자유민주주의 정치이념을 지켜나는데,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잘 감당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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