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지 말라”(출 20:15)
기독교 강요, 8계명 설명하며 ‘황금률’의 원리 언급
교회 안 저작권 문제도 ‘도둑질’ 범주에서 살펴봐야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에서 공자가 한 말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말라는 뜻이다. 내 것을 뺏기고 싶지 않다면 나도 남의 것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소위 황금률이라고 하는 성경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7장 12절, 누가복음 6장 31절에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치셨다.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훔쳐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
8계명의 또 다른 의미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자신의 책 ‘십계명 강의’에서 “되를 속이고 저울을 속이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되지 않은 물건을 괜찮은 것인 양 파는 것, 흠 있는 물건을 흠 없는 것같이 속여서 파는 것도 도둑질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부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경우, 그리고 남에게는 물건이 형편없다고 속여서 싼값에 사들이고는 깨끗하게 단장해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높은 가격에 파는 일도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재주나 수단일지도 모른다. 부가가치가 낮은 것을 사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령 알루미늄으로 물건을 만들더라도 창틀을 만드는 것과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값이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기술이 투입된 결과이며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물건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게 아주 형편없는 물건이라고 말해서 사들여서는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파는 행위는 ‘도둑질’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8계명은 도둑질을 금한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타인의 것을 나의 것으로 삼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8계명의 또 다른 의미는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이웃에게 행해야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칼뱅도 ‘기독교 강요’에서 8계명을 해석하면서 이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각자의 것을 각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 우리가 이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작권법 위반도 도둑질
이와같은 차원에서 8계명을 들여다보니 교회 안의 저작권 이야기가 번뜩 떠올랐다. 교회는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까. 2000년도 이전과 비교하면 분명 개선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국교회의 저작권 인식이 낮다고 지적한다. 교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저작권 침해는 ‘소프트웨어’, ‘음원 및 악보’, ‘이미지와 영상’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은 교회가 “남들도 그렇게 하는데” 혹은 “비영리적으로 사용하니까”, “예산도 모자라는데” 등의 핑계를 대며 당당하게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다.
크리스천음악저작권협회 안성진 총무는 “젊은 교인이나 목회자들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교회 내 옛날 분들은 ‘하나님의 노래에 저작권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시곤 한다”고 실태를 소개했다.
2012년부터는 CCLI(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라는 단체가 국내에 들어와 음악 저작권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회들을 대상으로 비용을 징수해 저작권자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CCLI 통해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교회 밖과 비교해 적을뿐더러, 사역자들의 생계유지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보장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안 총무는 “일반의 경우 라디오와 TV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까지 저작권료가 징수되는 반면, 교회에서 저작권을 징수할 수 있는 곳이라곤 교회뿐”이라며 “교회에서 불리는 곡들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크리스천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가는 대가는 소위 ‘탑급’이라 해도 대중음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그동안 교회 음악을 공공재처럼 사용해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사역자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중형교회 이상은 예산의 일부를 저작권 관련으로 책정해서 자율납부하는 형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세대학교 법학 연구원의 이일호 연구교수(지적재산권법 전공)는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1960년대 독일에서 저작권법이 제정될 당시 교회에서는 관련 저작권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했다가 후에 연방 헌법재판소에서 교회 음악가의 생계 문제를 이유로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교회에서 사용되는 저작물 역시 여타의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재산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교회 저작권자들은 사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권리를 요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교회들이 이를 기회로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역자 사례 문제
한국찬양사역자연합 회장을 지낸 1세대 찬양사역자 최인혁 목사는 일부 기독교 방송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최 목사는 “A방송국의 경우 찬양사역자들이 저작권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해당 사역자의 곡을 틀지 않고 ‘찬송가만 틀겠다’고 하는 식”이라며 “단순 저작권 문제만이 아니라 정당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간증 프로그램 출연해 달라고 해서 가면 어디서 후원받은 시계나 책을 줍니다. 방송국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쓴 책을 주기도 하고요. 헌신이라고 하면서요. 방송국 직원들도 월급 안 받으면서 일 하나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가 하면 교회 집회에서도 ‘사례’ 문제가 사역자들을 곤란하게 할 때가 있다. 30여 년 전 최 목사가 사역을 시작하던 당시 수준의 사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섭외 과정에서 ‘돈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를 ‘은혜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풀어야 할 숙제다.
“퀵서비스나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역자들도 있습니다. 정당한 사례를 받아야 가족을 먹여 살리고 교회를 위한 더 좋은 곡을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용이 적은데 그 적은 것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고민이 담긴 액수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오히려 힘이 나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도둑질이라는 게 무지와 무관심에서 오는 겁니다. 사역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사례만 주면서 교회 행사 ‘흥행’시키겠다고 신앙 없는 유명인을 큰돈 주고 섭외하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