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배추 속에 새빨간 김치양념이 맛깔스럽게 무쳐졌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경기도 광주감리교회에 모인 도농 교회 성도 100여명은 김장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제집 김장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직장 일을 하루 쉬고 한걸음에 내달려온 성도도 있었다. 직접 담근 김장김치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할 생각에 이른 시간부터 들뜬 마음으로 교회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친환경 김장김치’로 농촌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제12회 감리회 농도한마당’ 행사가 지난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주최로 광주감리교회에서 열렸다. 이는 도농교회가 함께 모여 김장김치를 담그고 이를 사회적 약자에게 나누는 감리교회의 대표적인 추수감사절 행사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배추농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치값이 ‘금값’이 됐다. 배추값이 올라 김장김치를 사거나 담그기 힘든 우리사회 소외 이웃에게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는 추운 겨울을 나는 데 큰 힘이 된다.
제12회 ‘도농한마당’ 행사는 산돌교회의 풍물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으며, 집행위원장 최종호 목사(광주교회, 전 중앙연회 감독)가 모두발언을, 김종필 감독(중앙연회)이 환영사를 전했다.
최종호 목사는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해 섬기고자 이름도 빛도 없이 시작한 축제가 12회를 맞이했다. 숨은 곳에서 열심을 다해 섬겨주신 실무자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다. 이제는 감리교회의 공식적인 나눔축제로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김장나눔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종필 감독은 환영사에서 “준비한 모든 손길과 참석한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꿈이 이 땅에 펼쳐지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꿈을 이뤄드리는 통로로 쓰임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행사에는 김정석 감독회장이 참석해 직접 김장김치를 담그고 축하인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석 감독회장은 “김장을 담그는 여러분의 귀한 손길을 통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전달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는 일로 하나님이 매우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도농교회’가 상생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라고 강조한 그는 “농촌교회가 점점 줄어들고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도농교회가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님의 생명과 은총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함으로 서로를 살리는 역사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감리회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농도한마당을 기점으로 꾸준한 나눔활동이 이어지길 요청했다. 김 감독회장은 “여러분의 수고와 땀 흘림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리고, 교회를 살릴 것”이라며 소외이웃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까지 전달되는 축제한마당되길 기원했다.
이어 서인석 감독(경기연회)이 연대사를 전했으며, 백종준 감독(충북연회)와 황규진 감독(도시교회)이 각각 농촌교회와 도시교회 대표로 연대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백종준 감독은 “농촌교회 살리기 차원에서 직거래장터를 열어서 도시교회의 성도들이 농산물을 사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나눔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황규진 감독은 “도시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통해 농촌교회를 더욱 섬기는 일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칭찬과 복을 받는 감리교회가 되자”고 화답했다.
이어진 김장 행사에서는 도농교회 성도 100여명이 모여 10kg의 유기농 김장김치 총 1,000박스를 담갔다. 김장김치는 이날 택배로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을 비롯해 독거노인, 노숙인센터, 장애인 돌봄시설 등에 발송된다.
봉사자로 참여한 신혜선 권사(지월리교회)는 “배추값이 너무 비싸졌는데,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분들은 김치를 구매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라며, “어려운 이웃도 돕고 도농교회가 함께 협력한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을 쉬고 봉사에 임한 원미향 집사(좋은만남교회)는 “매일 일에 바빠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추운 연말에 김장김치 나눔으로 소외이웃을 돌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해 달려왔다. 섬김을 통해 오히려 은혜를 누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