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전성시대 … “디지털 문해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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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전성시대 … “디지털 문해력 키워야”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5.02.1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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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가짜뉴스(하)

현대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 ‘디지털 리터러시’
교회가 거짓 정보의 생산자이자 유포자로 전락해
“가짜뉴스 플랫폼 회피가 답, 비판적 사고 가져야”
유네스코가 디지털 시민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제시한 디지털 시민 역량.
유네스코가 디지털 시민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제시한 디지털 시민 역량.

‘디지털 문해력’ 또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최근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 다가오는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리터러시의 합성어로 교육부는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며, 조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라 규정했다. 즉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를 개인이 진위나 가치를 판단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역량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21년 10월 발표한 ‘2021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나 정보를 다루는 역량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위치한다. 그렇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로 그 영역이 옮겨가면 OECD 최하위권에 머무는 현실을 마주한다.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정보와 사실에 대한 사실과 식별률은 25.6%로 OECD 평균 47.4%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를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덴마크, 미국 등 디지털 문해력 강국에서는 70% 이상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대한민국 학생 중 49%만 교육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하위권에 속했다. 

2024년 스마트폰 보급률 98%를 달성했을 만큼 하드웨어는 충분하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잘 다루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즉 물질문명의 발전만큼 정신문명이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의 빠른 경제 발전 뒤에 숨어있던 어두운 그림자처럼 디지털 문해력은 기술의 발전과 사용 현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 낸 위협 
디지털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는 가짜뉴스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생산과 유포가 쉬우며 쉽게 전파되는 특성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청된다. 

SNS나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게시물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가 더 많은 노출의 기회를 얻는다. 때문에 일부 유튜버들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주관적으로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기를 끌기 위해 노력한다.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말초신경을 흥분시키는 정보 제작에 열을 올린다. 

알고리즘은 ‘필터버블’ 현상을 만들어 낸다. 필터버블이란 사용자 기호를 기반으로 형성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형 맞춤 정보를 추천하고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비슷한 종류의 게시글만 노출 되는 필터버블은 확증편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부 유튜버들이 필터버블에 편승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돈’이다. 원래부터 극성이던 정치 유튜브는 최근 심해진 정치 양극화와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전성기를 맞았다. 전 세계 뉴스·정치 분야 슈퍼챗(후원) 상위 20위 유튜브 채널 중 12개가 우리나라 정치 채널이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신의 한 수’는 좌우를 대표하는 정치 유튜버로 슈퍼챗 수익으로만 연에 수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가짜뉴스 유튜버들은 수익을 위해 조작된 정보와 선동을 통해 조회수 수익을 얻는다. 잦은 신고로 인해 일명 ‘노란 딱지’를 받아 조회수 수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슈퍼챗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 후원을 유도한다. 

또한 가짜뉴스는 현대판 양치기 소년이기에 위험하다. 인터넷상에는 너무나 많은 거짓 정보가 퍼져 있어 어떤 자료가 진실인지 구분하는 것은 일종의 노동이 되어버렸다. 심리학에는 ‘오류적 진실 효과’라는 것이 존재한다. 특정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로 믿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가짜뉴스는 왜곡된 정보를 믿게 하는 힘과 양이 있다. 

서서히 가열되는 물에서 점차 익어 가다 죽는 개구리처럼 가짜뉴스는 우리의 영혼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잠식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마다 가짜뉴스 유튜버들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음모론을 조장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마다 가짜뉴스 유튜버들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음모론을 조장한다.

교회와 가짜뉴스
특히 많은 피해와 갈등을 만들어 내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교회가 지목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교회 내에서 가짜뉴스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독교 미디어 이용과 신앙에 관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보다 목회자나 성도가 전달한 뉴스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성도들은 해당 내용의 진위 여부가 의심됐을 경우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알리기보다는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신대학교 교육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유지윤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는 교회가 허위정보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목회자나 성도에 대한 신뢰가 별다른 검증 없이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서 “특히 가짜뉴스는 ‘긴급 기도 요청’의 타이틀을 가지고 교회 내에서 유포되는데, 혐오 정서를 자극하거나 특정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가짜뉴스로 인해 교회가 점점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기에 걱정을 자아낸다”면서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바라보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창조 질서라는 이유로 특정 집단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이를 거룩한 싸움이라 칭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정치적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을 우려했다. 

경상대학교 백종국 은퇴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민주시민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의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반이성주의에 빠져 가짜뉴스의 소비자가 됐다”면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진리와 진실의 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과 영적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인간의 이성은 믿음과 함께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며 복음의 한 요소다. 하나님이 주신 이성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를 양산해 내는 가짜뉴스를 분별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먼저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다음세대를 위한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 역량으로는 △디지털 활용 △디지털 참여 △창의와 혁신 △디지털 정서 지능 △디지털 보안 및 탄력성을 지목했다. 교육부는 다음세대를 성숙한 디지털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디지털 기본 소양을 포함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고 2024년부터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다. 

유지윤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비판적 사고를 견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내 SNS나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보들은 편향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항상 나를 미혹에 빠뜨리려는 손길이 있고 언제든 나도 속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겸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면서 “정보 앞에서 습득을 유보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망설임의 윤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한국교회 가짜뉴스에 대해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세미나에서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사이트나 플랫폼을 피하는 게 최선”이라며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서로 다른 관점을 취하는 2개 이상의 언론사 기사를 놓고 비교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또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고 해서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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