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거짓이라고요?”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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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거짓이라고요?”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유언비어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5.02.05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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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특집 //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가짜뉴스 (상)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식으로 거짓 정보를 생산 및 유포하는 행위”
조회수는 곧 돈으로 직결…금전적 이익을 위해 퍼뜨리는 거짓 정보
추후 ‘팩트체크’한다고 해도 이미 각인된 이미지 지워내기 어려워

#A 오랫동안 구형 핸드폰을 쓰는 부모님이 안타까워 명절을 기념해 신형 핸드폰을 부모님께 선물했다. 신기능을 이리저리 사용해보시던 부모님은 이내 유튜브를 켜셨다. 그곳에서는 계엄군과 주한미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 체포했다는 말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급하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주한미군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설 연휴 동안 한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다. 댓글들은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글쓴이의 부모님에 대한 우려와 가족 간의 의가 상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어졌다.

#B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마라톤을 취미로 하며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가 돌연 사망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지난 4일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출판사 공식 X(구 트위터)를 통해 전해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은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공식 페이지가 아닌 사칭 계정이 올린 부고였다. 출판사 공식 로고를 달고 있으며, 공식 페이지보다 팔로워도 많았기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가짜뉴스는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정보는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믿을 수 없다. 특히나 최근에는 정치적 혼란을 틈타 정치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거짓 정보는 마치 ‘우는 사자’와 같이 우리를 삼키려 하고 있다.

가짜뉴스란 무엇인가?
흔히들 말하는 가짜뉴스란 무엇일까? 언론중재위원회는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식을 빌려 누군가를 속일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또한 “가짜뉴스의 궁극적 목적은 어떤 대상을 겨냥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안기는 데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도성이나 기만성이 숨겨져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인 백종국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주장의 근거와 논리 중 한 가지 이상이 거짓인 정보가 개인과 개인의 소통이 아닌 공공연하게 주장되는 것을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짜뉴스들은 주로 유튜브나 SNS에 게시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53%가 유튜브를 이용해 뉴스를 시청한다. 전 세계 46개국에서 함께 조사했는데, 타국 평균 30%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공신력을 확보한 언론보다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백종국 교수는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미디어 소비자들의 확증편향과 군부독재 시절 형성된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 가짜뉴스의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하며 “진실이 감추어지고 거짓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는 위기라는 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가짜뉴스는 왜 만들어질까?
인터넷에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으며 이중 다수는 실제로 가짜뉴스다. 가짜뉴스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주로 게시되는 곳은 유튜브나 SNS 등인데 이곳에서는 조회수는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내용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내용으로써 클릭을 유도한다.

가짜뉴스의 매운맛을 더욱 가중하는 것은 알고리즘이다. 유튜브나 SNS는 알고리즘을 통해 게시글을 추천한다. 알고리즘이란 사용자와 관심사와 선호도를 분석해 추천 영상이나 게시글을 추천한다. 즉, 자신이 선호하는 컨텐츠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매체들에서 특정 게시글이 한 번 기세를 탄다면 계속해서 노출되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을 포기할 수 없다.

흐름을 탄 게시글의 조회수와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팀 내에 다툼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이강인 선수에 대한 가짜뉴스가 유튜브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약 2주 동안 195개의 채널에서 361개의 영상을 업로드했으며, 총 조회수는 6,940만8,099회에 달했다. 동영상 컨텐츠 분석 기업 파일러는 이 가짜뉴스로 약 7억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짜뉴스 제작자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멀쩡한 연예인이 이혼했다거나 사망했다는 글을 만들기도 하며, 발생하지 않은 재난이나 사건 사고를 꾸며내기도 한다.

특히 정치와 관련한 유튜버의 경우 영상 조회수뿐만 아니라 슈퍼챗이라는 시청자의 후원금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전 세계 뉴스·정치 분야 슈퍼챗 상위 20위 채널 가운데 12개가 우리나라 정치 채널이었다. 한번 흐름을 탄 게시글이나 영상은 제작자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지난 4일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X를 통해 퍼졌으나, 얼마 안 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지난 4일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X를 통해 퍼졌으나, 얼마 안 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사람들은 왜 속을까?
조금만 객관적인 시간을 가지고 바라보면 속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도 많은 이들이 현혹된다. 또한 가짜뉴스는 언론의 뉴스보다 재공유 비율이 약 7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로 따졌을 때 1,500명에게 전달되는 속도는 가짜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랐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공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짜뉴스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 가짜뉴스는 가치관과 신념을 타고 확산된다. 알고리즘의 형성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들만 접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 정의한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만 취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외면한다.

사람 뇌의 정보처리 능력 한계 때문에 가짜뉴스가 퍼진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과도하게 많은 정보는 사람이 진실과 거짓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믿어버린다는 것.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이 지능과는 무관하게 더 복잡하고 노력이 필요한 방법보다는 더 간단하고 노력이 덜 드는 방법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가짜뉴스를 접했을 때, 꼼꼼하게 따져보기보다는 믿어버리는 편이 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에 가짜뉴스를 맹신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도 가짜뉴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정교한 딥페이크 기술은 점점 일반인이 구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공신력과 전문성을 확보한 팩트체크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짜뉴스가 단순한 속임수나 돈벌이를 넘어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 증오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한 사상적 맹신은 사회 분열을 가속화 시키는 암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다. 뉴스의 진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번지는 가짜뉴스는 이후 팩트체크를 통해 거짓으로 판명났다고 해도 수용자 머릿속의 각인을 지워내기 어렵다. 누가 이 뉴스가 가짜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미디어 수용자 스스로가 ‘가짜’를 분별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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