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료·사업 분야 강점 … 언어 습득·건강 문제는 주의해야
은퇴 이후에 조용히 노후를 준비하던 시대는 지났다.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은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이 펼쳐진다. 이에 수십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교적 삶에 헌신하려는 이른바 ‘시니어 선교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과 시니어선교한국이 지난 10일 사랑의교회에서 ‘2024 시니어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이여 일어나라!’는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는 그리스도인의 후반전 삶을 조망하면서 시니어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는 길을 안내했다.
시니어 선교사가 주목받게 된 이유에는 단연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가 꼽힌다. 평균 수명이 84.3세로 늘어나 일반적인 은퇴 나이인 60세 이후에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WEC선교회 한국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시니어선교한국 고문으로 섬기고 있는 최철희 선교사는 “선교지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선교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추방당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신도, 전문인, 비즈니스 선교사가 요구되는데 이때 시니어들이 좋은 자원으로 꼽힌다”면서 “현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쌓은 전문성은 전문인 선교사로 활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약 50년 전만 해도 30세가 넘는 이들이 선교사로 지원하는 것을 단체에서 선호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풍토병과 인프라 부족, 특히 의료시설의 부재로 인해 나이 든 선교사의 사역이 실질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노년의 나이에도 얼마든지 선교지에서 사역할 수 있게 됐다.
최 선교사는 “대학교수, 한국어 교육 등으로 활약하는 전문인 선교, 카페, 식당 등을 경영하는 비즈니스 선교, 교회개척 선교, 쉼터 사역 등 다양한 사역이 가능하고 국내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역할 수도 있다”고 시니어 선교 사역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한국교회 성장과 산업화를 이끌어 온 다양한 경험과 지식, 인맥을 보유하고 있고 자녀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운 점, 그리고 노후자금과 연금을 활용해 자비량 선교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이가 있는 만큼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데 젊은 선교사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선교지의 의료 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건강 문제는 여전히 안고 있고 가족 문제, 재산 관리 등 자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니어 선교사로 헌신하기 위해서는 맞춤 훈련이 필요하다. 최철희 선교사는 “타문화권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맞추며 언어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적으로 사역하기보다는 교단 선교부나 선교단체, 시니어선교한국에 소속돼 멤버케어를 받는 것을 권한다”면서 “시니어 선교사가 권위의식과 고착화된 사고로 선교지의 젊은 선교사들이나 현지인들과 관계 문제를 겪기도 한다.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섬기는 자세,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누리 M센터 노규석 목사는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니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소개했다.
다문화 인구와 우리나라에서 석 달 이상 체류한 외국인 인구를 포괄하는 ‘이주배경인구’는 2040년이면 32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족 지원법, 재외동포법을 제정하고 재외동포청을 설립했으며 다문화 사회로의 체질 전환을 대비하고 있는 단계다.
노규석 목사는 “현재 중국어권 교회들이 200여곳 세워졌고 러시아어 교회들도 100여곳에 이른다”면서 “온라인 사역부터 다문화 차세대 사역, 유학생 사역 등 창의적 접근으로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시니어들의 전문성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권효상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선교학)는 세계 선교의 흐름을 통전적으로 되짚으며 현대 선교에서 시니어 선교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선교사 주도형 선교, 프로젝트 중심 선교, 돈만 쏟아붓는 선교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난민과 이주민 등 인구의 대이동 현상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사우스로 표현되는 비서구 교회가 약진하고 있는 것이 세계 선교의 흐름”이라면서 “4세대 선교는 땅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기능 중심으로, 영역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면서 구심적 선교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 시니어 선교의 과제다. 이주민 교회의 개척 멤버로도 참여할 수 있고 전략적 선교 동원과 지원에도 헌신할 수 있다”면서 “법률 지원과 의료 지원 등 분야에서 특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교대회 공동대회장을 맡은 임현수 목사(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는 “인생의 황금기를 사는 시니어들의 가치는 대단하다. 한국 근대화의 기수요 민주화의 주역이며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사람들이다. 또한 교회개처고가 부흥의 초고속 시대를 살아온 산 증인”이라면서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은퇴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세계 선교를 위해 다시금 헌신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