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위협·기후 위기 심각한데 정부는 방관”
상태바
“한반도 전쟁 위협·기후 위기 심각한데 정부는 방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10.1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CCK 시국회의 지난 10일 발족기도회 드리고 활동 첫발
이태원 참사·쿠팡 과로사 노동자 유가족 참여해 증언 전해
지난 10일 NCCK 시국회의 발족기도회에서 쿠팡 과로사 노동자 고 정슬기 씨 아버지인 정금석 장로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10일 NCCK 시국회의 발족기도회에서 쿠팡 과로사 노동자 고 정슬기 씨 아버지인 정금석 장로가 발언하고 있다.

“한반도가 전쟁 위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 현실 속에서도 반생태적 길을 가고 있다. 대화가 협의가 실종됐고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종생 목사, NCCK)가 한반도 평화 실현과 기후 위기 극복,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시국회의 구성을 선포하고 지난 10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발족 기도회를 드렸다.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라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을 주제로 드려진 기도회는 인영남 목사(NCCK 생명문화위원회 위원장)의 인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입례송을 함께한 뒤 김진수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이후 우리 사회를 둘러싼 위기 상황에 대해 증언할 당사자들이 연이어 강단에 섰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이정민 집행위원장(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정부가 이 참사에 대해 지우려고 무진장 노력을 많이했다. 참사의 기억을 지워야만 정부의 책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증거가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라면서 “이 재판의 결과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공직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다. 유족들이 재판장에 가서 사회 정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수차례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쿠팡 과로사 노동자인 고 정슬기 씨의 유가족 정금석 장로도 마이크를 잡았다. 쿠팡 배송전문 자회사에서 기사로 일했던 고 정슬기 씨는 주 6일 동안 63시간 가량 일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심야노동 시간의 할증을 계산하면 1주 근무시간은 77시간 24분에 달한다. 정 씨의 사인은 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으로 과로사의 대표 증상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에서 평신도 선교사로 10년 동안 사역하기도 했던 정금석 장로는 “며느리가 15년 넘게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를 했다. 그런데 제 아들인 남편이 사망했는데 장례 치르는 한 주를 제외하곤 쉬지 않고 반주를 시켰다. 며느리가 저에게 ‘마치 원숭이 같았다’고 호소했다. 지난 주일 예배를 마치고는 한 권사님이 불러서 ‘이제 그만해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라’고 나무랐단다. 이게 우리 교회의 민낯”이라고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 아들은 ‘개처럼 뛰다’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심야 노동을 강요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악랄한 기업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도구로 여기는 천박한 모습을 보고도 우리 사회는 방관한다. 기업의 행태를 감시해야 할 정부는 불법 행위를 묵인하며 방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인 박정혜 부지회장이 고공 농성 중 영상 통화로 인사를 전했으며, DMZ 접경지역 주민 자격으로 단상에 오른 윤설현 씨는 “접경지역에선 대북전단과 확성기로 저강도 교전이 벌어진다.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전면전의 위협보다 이런 식의 국지전의 위협이 더욱 공포스럽다. 오물풍선이 언제 대포알로 바뀔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의 공의로 인도하여 주소서’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눈 강은숙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는 “8년 전 NCCK가 시국회의를 구성한 일이 있다. 지금 우리는 다시 참담한 심정으로 시국회의를 다시 발족한다. 국민들의 삶이 위기에 내몰리고 한반도 평화와 창조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는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서 시국회의는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재표결을 반고하고 있다. 대화가 협의가 실종된 민주주의의 위기다. 한반도의 심각한 전쟁 위협, 사회 안전망의 실종과 기후 위기 현실에도 정부는 무책임하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을 사망야 한다. 한반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다양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NCCK 시국회의는 지난 7월 15일 정의평화위원회와 화해통일위원회의 결의로 제안됐으며 7월 25일 실행위원회의 승인으로 구성됐다. 시국회의는 향후 매주 목요일 시국 현안에 대한 공동기도문을 배포하고 시국기도회와 시국강연회, 정부 기관 및 부처 면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