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열탕-냉탕 넘나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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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열탕-냉탕 넘나들기
  • 이의용 교수(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4.09.2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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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93)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목욕탕엔 온탕 말고도 냉탕과 열탕이 있다. 온탕은 수온이 사람 체온과 비슷해서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열탕은 매우 뜨거워서 들어가도 힘들고 오래 있기도 힘들다. 냉탕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온탕, 냉탕, 열탕으로 옮겨 다니다 보면 우리 몸은 ‘충격’을 겪게 된다. 

우리의 신앙 생활에도 열탕, 온탕, 냉탕이 있는 것 같다. 열탕이나 온탕은 신앙생활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고, 냉탕은 신앙생활을 하기에 매우 힘든 환경을 말한다. 교회 생활이 열탕이라면 직장 생활이나 사회 생활은 냉탕, 가정 생활은 온탕에 가깝지 않을런지. 물론 가정이나 교회가 냉탕인 사람도 있다. 내게 회사 생활은 얼음이 떠다니는 듯한 냉탕이었다. 그러다 대학에 오니 신앙생활하기에 참 좋았다. 온탕이었다. 

교인들은 교회-가정-직장(사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간다.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일관성 있는 태도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온도 변화로 인한 충격 때문에 몸살을 앓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예 신앙을 드러내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신앙생활하기에 좋은 ‘따뜻한 남쪽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세속사회를 피해 수도원 같은 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도 곧 세속사회로 변해버리곤 한다.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진공상태 같은 곳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냉탕을 온탕으로 서서히 바꿔나가거나, 냉탕에서 사는 법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교회들은 열탕(예배당)으로 모이기를 좋아한다. 왜 그럴까? 목회자들이 냉탕 생활을 체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주로 온탕과 열탕을 오가며 생활하지만, 교인들은 온탕-냉탕-열탕을 오가며 생활한다. 

평생 열탕-온탕-냉탕을 오가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나는 교회가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의 균형을 잘 이뤘으면 한다. 즉 구심력 목회와 원심력 목회가 조화를 이뤘으면 한다. 구심력 목회에 익숙해진 교인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교회도 돈이 있어야 다닌다”고들 하는데, 나는 여기에 “교회도 시간이 있어야 다닌다”는 말을 더하고 싶다. 교회가 정한 모든 모임과 사역에 성실히 참여하면서 어떻게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어떻게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솔직히 나는 의문을 갖는다. 나아가 그렇게 해서 이 땅에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도. 
 
목회자들이여, ‘모이는 교회’ 예배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인들에게 ‘흩어지는 교회’의 예배가 시작됨을 선언하시라! 

나는 교회에서 인정받는 이들 중에 가족들과 화목하지 못한 경우를 자주 본다.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서다. 이들은 직장이나 사회 생활에서도 이웃들과 관계를 끊고 살 수밖에 없다.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교회가 교인들을 예배당 안에 너무 자주 오래 모이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교인들이 그들의 가정, 그들의 일터로 흩어져 그곳을 온탕으로, 하나님의 나라로 바꿔나가도록 여유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직업이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님을 알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직업에 거룩함과 속됨이 없음도. 또한 직업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나갈 수 있음도. 직업이 바로 사역이고 직장이 사역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이 ‘흩어지는 교회’ 목회를 시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우선, 목회자들에게 냉탕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평일에 노동, 택배, 주유, 차량 운행 등의 일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현상이기는 하나, 교인들처럼 삶의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그들의 삶을 깊이 체험해본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냉탕-온탕-열탕을 오가며 살아가는 목회자들이 성경을 어떻게 해석할지, 어떤 메시지를 외칠지 궁금해진다. 나는 이중직 목회, 겸직 목회를 적극 찬성한다. 신학생들도 한 학기 휴학을 하고서라도 극한 직업을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목회자들이여, 부디 ‘모이는 교회’ 예배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인들을 등 뒤에서 뜨겁게 축복하고 응원하시라! 그리고 그들에게 선언하시라! 삶으로 드리는 ‘흩어지는 교회’의 예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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