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혼인건수 및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치’ 경신
크리스천도 장벽 두려워 가정 포기…국가소멸론 대두
성경적 가치관 심고 청년들의 ‘실질적인 필요’ 채워야
“이러다가는 다 죽어!” 대한민국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급속도로 전개되는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대사가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은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소위 ‘헬조선’에서 N가지를 포기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연애·결혼·출산은 사치이자 가장 넘기 힘든 산이다. 숨이 턱 막히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들 중에는 크리스천도 예외가 아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절감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인 가운데, N포세대를 ‘NO포세대’로 만들기 위한 교회의 노력 또한 절실한 시점이다.
전통적 가정의 해체
오늘날 청년들의 행복회로에서 가정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19만 3,657건으로 3년 연속 20만건을 밑도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혼인건수는 1970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1996년 43만 5,000건을 정점을 찍었다.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에는 20만건대 2021년에는 10만건대로 진입했다.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혼인건수는 급기야 2022년 19만 1,69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초혼연령’ 또한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혼부부의 평균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였다. 남자는 전년 대비 0.3세, 여자는 0.2세 오른 수치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한민국 남녀가 결혼을 덜 할 뿐만 아니라 늦게 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2024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서 결혼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33.7%, 남성 13.3%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부정적인 대목이 눈길을 끈다.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를 묻자 여성은 가사·출산·자녀양육으로 인한 ‘과중한 역할 전가’(9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남성은 결혼식 비용·신혼집 마련을 위한 ‘경제적 부담’(88.9%)을 제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사리 결혼에 골인해도 임신과 출산을 머뭇거리는 사람도 많았다. 현재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 임신할 수 있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1명도 채 안 된다는 의미다.
물론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임신·출산에 대한 젊은이들의 비관적 의식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위 조사에서 자녀가 없는 남녀 32.6%만이 ‘자녀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출산 계획이 없다’(29.7%) 혹은 ‘결정하지 못했다’(27.8%)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 사유로는 양육을 힘들고 어렵게 느끼는 심리와 생활비 부담이 꼽혔다. 동시에 이들은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활성화’ ‘근무기간이 줄어도 충분한 급여’ ‘배우자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믿고 맡길 돌봄 기관이나 사람’ 등의 지원을 우리 사회에 바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주거·일자리 등 경제적 지원과 일·가정 양립이 결혼·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했다”며 “반대로 이와 관련한 여건이 개선될 경우 응답자 대부분은 결혼·출산 의향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크리스천마저 비혼과 딩크족을 결심하는 사례가 적잖은 현실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2021 기독청년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에서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답한 청년은 37.6%였다. 반면 ‘결혼 의사가 없다’는 11.4%였다.
비혼을 결심한 까닭에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41.3%)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8.8%)라고 답했다. ‘가족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다’(13.8%) ‘결혼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11.3%)는 응답도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결혼·출산 의사가 비기독인들보단 높지만, 상당수 신자들이 비혼의사를 밝힌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된 가운데, 기독청년들도 현실적 난관에 부딪혀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정’은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질서의 가장 기본단위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중요성과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나아가 혼전성관계, 동거, 비혼임신 등의 이슈에 관대해지면서 전통적인 가정관이 해체되고 혼인·출산율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려움 대신 소망을
‘결혼지옥…. 금쪽같은 내 새끼?’ 요즘 미디어는 ‘깨어진 가정’을 소재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즐비하다. 특히 가정 내 불화를 부각시켜 결혼·출산·육아가 불행의 쓰리콤보로 비친다. 자신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불안한 젊은이들 사이 비혼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출산율을 두고 얼마 전 미국의 어느 대학 교수가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다!”라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 EBS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은 인터넷 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다음세대 감소는 교회는 물론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인지라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을 0.65명로 예상하는 가운데, 작년 말 5,133만명이던 우리 인구가 2072년 3,622만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벌써 여파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전국 157곳에 달한다. 중고교에 이어 대학도 문을 닫을 것이다.
장래추계인구에 따르면 250년 후에는 인구절벽을 넘어 ‘국가소멸’이 예상된다. 특히 지방 소도시가 죽어가면서 불과 수십년 후에는 지방 농어촌 및 지방 교회도 거의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빗발친다.
현재 정부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할 목적으로 성별·연령·취업·자녀유무 등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결혼하고 아이 기르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십억가량의 예산을 배정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건강한 가정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와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세대가 당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개인의 삶과 신앙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정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교회는 사실상 결혼의 소중함과 가치를 전하는 최후의 보루가 됐다. 설교와 각종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결혼과 자녀양육이 두려움이 아닌 ‘기대’와 ‘소망’으로 바뀔 수 있게, 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교회가 사회와 손잡고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청년들에게 결혼의 성경적 의미와 참된 가치를 알려주고, 자녀는 믿음의 유산을 물려줘야 할 하나님의 기업임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회는 일방적인 강요나 권위적인 가르침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기성세대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차이를 인정하고, 먼저 청년들의 현실을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인구 감소로 미래 국가 유지에 치명적인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위협이나 비혼과 저출산 문제를 그들만의 책임으로 떠넘길 경우 오히려 반감만 산다. N포세대의 현주소는 연애·결혼·출산을 ‘비자발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재영 교수는 “이 문제로 청년들을 지적하고 정죄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며 “교회는 바람직한 크리스천 부부, 롤모델이 되는 좋은 가족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등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청년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지용근 대표도 “한국교회의 운동이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움직임으로 확산돼야 한다”며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을 회복하는 일에 교회가 기여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