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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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용두사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8.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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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해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전국 각 교회는 너나 할 것 없이 1년 중 최대 사역으로 꼽히는 여름 성경학교를 비롯해 국내외 단기선교수련회등을 활발히 펼치며 교인들의 신앙에 뜨거운 불씨를 지폈다.

교회 목회자는 물론 교역자들과 전 교인들은 단 며칠간의 행사를 위해 길게는 수개월 이상 준비하는 게 다반사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한 영혼이라도 더 참여해 큰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과 물질을 들여가며 준비에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여름 행사가 끝난 이후 막상 후속 사역을 진행하는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후속 사역은 각종 여름 행사들에서 받은 은혜가 일상에서 유지되고 나아가 후반기 사역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연결고리가 되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 가운데 최근 취재차 방문했던 백석대 미래세대연구센터 주관의 다음세대 캠프가 인상 깊었다. 주최측은 아이들이 삶의 현장에 돌아가서도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주일학교 교사들이 공과공부를 지도할 수 있게 훈련 시켰다.

사실 여름 사역이 끝나면, 일부 신자들은 오히려 영적 번아웃을 호소하며 직분을 내려놓을 때가 있다. 실제로 내년에는 절대 선교팀 팀장 안 선다고 엄포를 놓거나 주일학교 교사를 그만두겠다는 이도 더러 있다. 하지만 후속 사역이 탄탄히 뒷받침된다면 이러한 부작용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물론 후속 사역의 모양은 다양하다고 조언한다. 가령 단기선교팀의 경우 현지 교회와 지속적인 소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학교 수련회를 다녀온 이들은 동역자들과의 기도모임, 아이들을 위한 중보기도회를 열 수도 있겠다.

어느새 입추를 넘겼다. 올 가을 굵직한 사역을 앞두고, 지난 여름 받은 은혜가 달아나지 않도록 각자의 형편과 필요에 맞게 후속 사역들을 진행하는 교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간절히 사모했던 여름 사역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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