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개혁은 목회자의 개혁으로 가능하다”
윤리강령이나 지침 마련, 목회자 교육도 필요
“한국교회가 다시 신뢰를 얻고 부흥하려면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만 한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주장이다. 16세기 종교개혁은 당대 교회의 타락에서 비롯됐다. 성직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부패와 도덕적 타락을 자행했고, 종교개혁가들은 기존 교회를 대신할 전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종교개혁을 이루며 “성경으로 돌아가야 가자”고 외쳤다.
우리 시대에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은, 목회자들의 세속화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함의되어 있다.
총신대 전 총장 정성구 박사는 “종교개혁은 곧 교회의 개혁이며 교회의 개혁은 목회자들의 개혁에서 시작된다. 교회의 문제는 바로 목회자 자신의 문제이며, 그것이 바로 목회자의 윤리의식 결여에서 나온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목회자의 윤리의식 결여는 결국 교회를 향한 신뢰도와 호감도 추락이라는 결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7차례 실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를 보면, 하락 추세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 초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 가장 신뢰하는 종교, 호감이 가는 종교는 개신교가 아니었다.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부터
한국교회 목회자의 윤리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대두되는 분위기다. 그 이유에 대해 기윤실 공동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회 안팎으로 감시 기능이 그만큼 발달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목회자의 윤리의식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도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목사님들이 행동 하나, 말 하나라도 윤리적 문제가 번질까 조심하려고 애썼다면, 안타깝게도 요즘은 세속화에 물든 목회자들이 많아지면서 윤리적인 부분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목회자 윤리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십 수년 전부터 본격 요청되었던 것이 목회자윤리강령 제정이다. 예장 백석, 통합을 비롯해 기성과 예성 등이 소속된 한국성결교회연합회 등이 목회자윤리강령 또는 윤리지침 등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실제 백석총회의 경우 실행위원회나 정기총회 같은 주요 회의 때 전체 참석자가 일어나 윤리강령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올해 600쪽 분량의 정기총회 의사 자료집 맨 앞에는 10가지 윤리강령을 우선 기재했다.
물론 목회자 윤리강령이나 윤리지침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선언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때로는 치리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윤리의식을 돌아보고 점검하며 경계한다는 측면에서 교단 차원의 윤리강령이나 지침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윤실은 제108회 정기총회를 앞둔 예장 합동총회를 향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목회자 윤리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기윤실은 “목회자의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있지 않다”며 “총회는 윤리적이고 정직한 총대들의 모임이 되어야 하고 탐욕을 위한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합동총회는 2011년부터 목회자윤리강령 제정 헌의안이 상정돼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성경에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윤리강령은 필요 없다”는 당시 총회장의 뜻에 따라 기각된 적도 있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심각한 윤리 문제들이 발생했고, 제대로 대응하거나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 지침서’가 보고된 가운데, 올해는 윤리지침이 제정될지 총대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합동총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교단들도 윤리강령 이상의 윤리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성돈 교수는 “목회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특별히 재정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서 교회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돈 때문에 교회가 시험이 들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유익”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 윤리회복 위한 제안
목회자 윤리와 관련된 이슈가 심각한 범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 안팎에서 나타나는 작은 부분에서 윤리 회복이 요청된다. 강단에서 전하는 설교 메시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석대 이경재 교수(기독교윤리학)는 “목사님들은 자기 자신을 하나님께 세울 때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일종의 이중 잣대가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허물을 덮어주며 덕을 세우려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 역시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는 세속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강단에서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설교가 줄어들고, 세상에서 잘되는 것만 강조하는 설교가 늘어났다. 더 강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을 상실한 목회자들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성인지 감수성, 장애 인식 등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막말에 가까운 메시지를 하는 목회자들이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나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라면 삼갈 줄 아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그저 나는 신앙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만 한다면, 교회와 목회자를 향한 시선은 더욱 부정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조성돈 교수는 “윤리적인 관점에 대한 교육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목회자들을 위해서도 윤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신학대학원에서도 예비 목회자들의 윤리의식 고양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목회자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교단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교수와 강사, 교직원은 양성평등법, 성폭력 방지법 등을 근거로 매년 성문제, 가정폭력,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의무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도 마찬가지로 법정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교단 내 목회자들에게 적용해 실시한다면, 목회자들의 윤리의식 제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이경재 교수는 백석의 신학적 정체성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 중 회개용서운동에서 목회자 윤리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회개용서운동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서로를 용납하여 하나 됨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죄를 깨닫고 철저히 회개하는 목회자라면 윤리 문제를 부끄러워할 줄 알고 회개하게 된다”면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목회자들이 성경대로 살려고 한다면 한국교회 윤리 회복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교개혁가들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그리스도’(Sola Christus),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를 구현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최대 과제였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할 정도로 목회자 윤리의식이 심각한 때, 5대 솔라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목회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 성경대로 사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