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온전히 하나님을 만나는 구별된 예배를 드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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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온전히 하나님을 만나는 구별된 예배를 드리려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8.1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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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㉔ Remind, 예전의 중요성 일깨우자

예배의 주인은 새신자가 아닌 ‘하나님’이다
일상과 구별된 경건, 예전적 요소 회복해야

 

몇 년 전 서울 도심의 한 교회 안에서 진행된 프랑스 떼제공동체의 예배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잔잔한 찬양을 배경으로 고요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던 침묵기도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시종일관 경건한 분위기 속에 잔잔한 찬양이 울려 퍼지는 예배당은 마치 다른 시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은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주일예배의 예전을 통한 경건은 일상의 실천적 경건을 형성하게 하며, 말씀을 깊이 체험하도록 이끈다.
예전은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주일예배의 예전을 통한 경건은 일상의 실천적 경건을 형성하게 하며, 말씀을 깊이 체험하도록 이끈다.

프랑스 동부의 마을 떼제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등 교파를 초월한 초교파 수도공동체인 떼제공동체가 있다. 특유의 기도와 묵상을 갖춘 떼제공동체의 영성에 동참하기 위해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몰린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수도공동체 예배에 왜 이토록 많은 청년이 열광하는 것일까. 오늘날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문화적 감성을 쫓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예배의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초대교회의 예배도 이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많은 예배 현장은 전자악기를 통해 쏟아내는 거대한 음향과 스크린, 화려한 조명까지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예배의 목적은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예배를 통해 거룩함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독대를 경험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예배가 일상화되면서 주일성수와 공적 예배의 중요성이 흐려졌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사역이 함께 이뤄지고 있지만,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영과 진리로 온 마음을 다해 예배하는 것이다.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회의 개혁이었으며, 이는 곧 예배의 개혁이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회복은 예배의 회복에서 시작될 것이다. 무엇보다 공적 예배를 소중히 여기고 모이기에 힘써 진정한 예배의 회복을 이룰 수 있기를 갈망해야 한다. 

왜 다시 ‘예전’인가

오늘날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예배의 예전과 형식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고리타분한 논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예전은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주일예배의 예전을 통한 경건은 일상의 실천적 경건을 형성하게 하며, 말씀을 깊이 체험하도록 이끈다.

책 <온전한예배>의 저자 최성수 박사는 “예전에 따른 예배 경험이 없이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인지할 틀을 갖추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의 주권의 역사로 뜻밖의 은혜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전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예배는 하나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예전인 ‘예배로의 부름’으로 시작하며,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와 사랑은 감사와 찬양의 예전을 통해 재현된다. 성도는 전인격적으로 예전에 참여함으로써 하나님의 임재와 말씀, 행위에 반응한다. 예전은 비록 상징이라고 해도 진심으로 예배할 때 실제로 예배의 실천을 안내하므로 단지 순서를 진행하는 의식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최 박사는 “예배는 의식을 통한 신앙 행위이면서 동시에 살아계신 하나님과 성도 간 소통의 행위다. 또 실제로 예배를 이끄는 것이 예전”이라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는 원동력은 예전을 통한 예배에서 얻어진다. 예전을 통한 예배는 단순히 의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적 신앙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예전을 통한 예배와 일상에서 선한 삶의 실천을 통한 예배가 서로 독립돼 있지 않으며,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예배를 ‘온전한 예배’라 할 수 있다. 

시대와 문화적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온 예배의 표현방식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신앙의 선조들로부터 계승되어온 예배 형식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 특히 일부 교회에서 지나치게 예배를 단순화하고, 예배의 형식을 축소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구 교수(백석대)는 “종교개혁자들이 어떻게 예전을 회복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예배가 너무 현대지향적이거나 문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면, 예배의 본질이 하나님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예배의 사중구조를 지키고, 그 속에 말씀이 가장 강조되어야 하며, 세례와 성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예배 속에 담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배의 주인은 ‘하나님’

한때 십자가만 세우면 교회가 세워졌던 때가 있었다. 당시 교회의 지도자들은 주일예배에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고려해 복잡하고 어려운 예배 대신 설교 중심의 예배, 회심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와 순서로 주일예배를 구성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윌로우크릭교회, 새들백교회 등의 미국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경배와 찬양운동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구도자 예배(Seeker’s service)’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구도자 중심 예배에서는 크고 웅장한 악기음을 자랑하는 ‘경배와 찬양’ 중심의 예배를 드린다. 전통적 예배방식이 고리타분하고 따분하다는 인식 아래 갈수록 종교적 의식을 생략하고, 현대적 감각의 시청각 영상과 음악을 사용해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이끌었다. 

구도자 중심의 예배에는 전통 기독교가 강조해온 죄의 고백, 사죄의 선언, 신앙고백 등과 같은 예배의 요소가 없다. 이러한 실용주의적 예배는 자칫 예배의 주인공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문화랑 교수(고신대)는 “하나님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적이고, 효과적인 예배가 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면 그 예배는 회중 중심의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며, “결국 새신자 위주의 전도 중심 예배는 기존 신자들의 영적 체질마저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구도자형 예배를 지향해온 교회들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배학자들은 이러한 예배의 변화가 실제적인 한국교회의 성장에 영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청중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해 기획된 구도자 예배가 젊은 세대에게 ‘영적 체험’의 공간이 되지 못하자 최근에 와서는 다시 경건한 전통적인 예배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 교수는 “담임 목회자는 교회 예배 요소와 순서를 하나님 중심적 관점에서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그동안 간과해왔던 예전의 형성적인 힘을 고려해서 예배의 본질적 요소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기독교 전통과 문화 사이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교회력에 따라 말씀 전하는 교회

예배는 신앙생활의 근간을 형성하고 영적 활력을 공급하는 원천과도 같다. 특히 말씀과 성찬을 중심으로 배치된 예배의 여러 요소는 성도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예배의 전통적 예전을 잘 지켜가고 있는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경동교회(담임:임영섭 목사) 예배의 가장 큰 특징은 종교개혁 전통에 따른 ‘말씀 중심’의 예배라는 점이다. 교회력과 성서일과가 예배의 각 요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목회자의 권위를 제한하고 하나님만을 높이는 예배 형식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경동교회 예배는 예배의 각 요소에 말씀이 중점적으로 사용된다. 예배로의 부름, 시편교독, 죄의 고백, 용서의 선언, 구약의 말씀, 서신의 말씀, 복음의 말씀, 설교 등에 말씀을 직접 인용하며, 성도들이 이를 따라 읽도록 한다. 또 설교자가 임의대로 성경 본문을 결정하지 않고, 교회력과 성서일과에 따라 설교한다. 이는 설교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성경 본문을 선택해 설교하는 위험을 배제하고, 하나님의 뜻이 더욱 드러나게 만든다.

또 경동교회 예배는 일상의 화려한 조명이 아닌, 인공조명과 파이프오르간, 잔잔한 음악을 통해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임영섭 목사는 “성경에서도 하나님을 만나는 구별된 장소가 있었던 것처럼, 예배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말씀에 집중할 수 있는 엄숙하고 경견한 분위기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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