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법, 교육적 유익만큼 위협요소도 많아
성경적 관점을 가진 교재와 교육과정 개발해야
대안학교를 다음세대 선교지로 보는 인식 필요
현대적 대안교육이 이 땅에서 펼쳐진 지 약 20여년 만에 국회에서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된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교육부는 결단코 통과될 수 없는 법이라고 했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비인가 대안학교들은 지난해 본격 대안교육법이 시행되면서 그토록 원했던 학교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학교’라는 이름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오욕을 당해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법제화 영향으로 이제 비인가 대안학교도 제도권 아래 편입되었지만,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무엇보다 대안교육의 첫 비전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기독대안학교는 성경적 세계관 교육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수많은 미션스쿨이 평준화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 재정 지원을 받게 됐고, 지금은 창조론조차 가르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기독대안학교는 반드시 반면교사 해야 할 일이다. 기독대안교육이 안고 있는 향후 과제가 무엇일까.
“신앙교육 방해받지 않도록 대비”
1997년 경남 산청에서 문을 연 간디청소년학교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는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많은 기독대안학교도 문을 열어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을 펼쳐왔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수많은 학교가 세워졌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미인가 대안학교 숫자는 6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안교육법 제정으로 법적 지위는 보장받게 됐지만,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납세자로서 최소한 받아야 할 교육비 재정 지원도 부족하고, 학령 인정을 받기도 어렵다. 대안학교 등록을 위한 기준도 매우 높고 기준도 아직 애매하다. 제도적 허점도 여기저기 엿보인다.
예를 들면 대안교육기관으로 정식 등록을 위해서는 교내 등록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운영위원으로 공무원 등 외부 인사들이 포함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기독교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물이 위원으로 선임된다면 대안교육기관 등록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 차영회 목사는 “대안학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설립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며 “대안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유익도 크지만 위협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독대안학교는 이 점에 특별히 유의하면서, 언제든 기독교 신앙교육을 방해하는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교육 현실 고려한 적정규모 필요
주변에서 대안학교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지인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대안교육이라는 큰 뜻을 품고 헌신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고 말한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퇴근까지 마다하고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지칠 때가 많았고 교사 처우와 복지는 최소한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이 많았다.
기독대안학교 별무리학교에서 정년퇴임하고 현재는 대안교육 대학 과정을 준비 중인 박현수 전 교장은 “마냥 수업료를 높게 책정할 수도 없고 교사들 처우만 생각할 수 없는 어려움이 대안학교 현장에는 있다. 대안학교를 너무 작게 시작하면 교사 처우문제가 대두되고 교사들은 지쳐 그만둘 수 있다”며 “대안학교는 적정 규모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교육의 대안성과 교육의 질도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별무리학교는 적정 규모를 학년당 48명으로 정하고 학교를 개교한 바 있다.
하지만 기독대안학교 규모가 작은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한 학생에게 더 집중해 내실 있는 교육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대안학교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동역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한국교회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경적 교육교재 개발, 중차대한 과제
소명학교 신병준 교장은 기독교 대안교육 현장에서 최우선 과제는 제대로 된 성경적 관점의 교육교재 개발이라고 손꼽았다. 우리 학생들의 실정에 맞게 성경적 대안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재는 한권도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신 교장의 설명이다.
신 교장은 “미국의 기독대안학교를 방문했을 때 성경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교과서들이 있는 것을 직접 본 경험이 있다. 성경을 기준에 둔 교재를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기독교 대안교육의 중차대한 과제”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독대안학교에서 해외 기독교 대안교육 교재를 도입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영어의 경우 영어성경이나 신앙서적 원어들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수학, 사회, 역사 등 성경적 관점이 아주 중요한 과목들의 경우는 반드시 우리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교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 한 곳의 힘만으로는 수준 높은 성경적 교육교재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독대안학교 간 연대를 하더라도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고 시일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교재개발을 위한 연구부터 꾸준한 지원이 요구된다.
교재개발과 함께 탁월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도 깊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교육과정이 설립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그 안에 설립정신이 녹여져 있다는 뜻이다. 공교육 과정보다 기독교 세계관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또 다른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차영회 목사는 “기독교 교육을 한다면서 형식적으로 예배만 드리고 일반 학교처럼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만 하는 것은 기독대안학교라고 볼 수 없다. 하나님나라 인재 양성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시행해야 한다. 전문성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적 뒷받침 없다면 위험하다
다음세대 교육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교육 현장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교회학교 부서에 대한 예산 편성부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독교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차영회 목사는 “다음세대에 관심이 있다면 교회는 대안학교를 선교지로 바라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선교적 뒷받침이 있어야 기독교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다”며 “기독대안학교들이 어렵게 지금까지 달려왔다면,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넉넉하게 품어주었으면 한다. 더 원숙한 성경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일부 기독교 신앙교육을 표방하는 학교의 경우 신앙교육보다 공부에만 더 치중하고 해외 유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료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특정계층 자제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도 있다. 기독교 대안교육을 하겠다면 올바른 교육관점과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야 한다고 현장 교육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기독 학부모들 역시 대안교육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박현수 교장은 “네덜란드에서 개혁주의 신앙을 가진 부모들은 이민을 가더라도 학교부터 세운다. 부모들은 학교를 선교지로 보고, 모든 자원을 학교와 아이들, 교사들에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기독 학부모들은 비싼 학원이나 좋은 대학만 보낼 것이 아니라 믿음을 잘 키우도록 돕는 기독대안학교와 함께하는 데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