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교회학교 교사
가장 처음으로 교회를 갔던 순간을 기억하시는지. 행여 모태신앙이라 할지라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교회에 대한 첫 기억은 대부분 주일학교를 다녔던 순간일 테다. 지난 2018년 발표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인 중 75%는 성인이 되기 전 교회에 처음 출석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중요한 현장을 책임지는 교회학교 교사들의 삶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직장과 가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데 아이들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헌신을 요구하는 교회가 때로는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교회에서는 교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교회학교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교사는 그보다 더 빨리 줄어드는 듯하다.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교회학교를 지키고 있는 교사들은 어떤 마음일까. 다음세대 신앙교육을 책임지는 교회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힘들지만 열정 잃지 않아요
교사이지만 직업이 교사는 아니다. 교회학교 교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성도들은 없다. 대부분이 직장인으로, 학생으로, 또는 주부의 신분으로 살다 주일이 되면 교회학교 교사라는 이름표를 단다. 교회학교 교사들이 토로하는 고충의 대부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학업, 혹은 막 발을 내딛은 사회에서 현실에 치이는 청년 교사들은 공과공부 준비하는 시간을 내기도 벅차다. 고등학교에서 졸업하자마자 교사로 자원해 3년째 섬기고 있는 권세영 교사(한성교회)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아이들에게 꼭 연락을 하려고 하지만 제 삶을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코로나 시국엔 집에만 있다 보니 이야기 나눌 것이 별로 없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반대로 장년 교사들의 경우 세대차이가 아이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다. 30년 넘게 교회학교 교사로 헌신해온 한봉현 교사(모든민족교회)는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을 만날 때면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기가 정말 어려울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소통이 쉽지 않은 것 같아 얼마 전부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맡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보니 교회학교 교사에게는 전문성이나 열정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종종 따라붙곤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일선 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권세영 교사는 “교회에서 분기별로 세미나를 듣고, 교사들이 모여 따로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전문성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며 “제 삶을 살아가면서도 아이들에게 쏟는 시간이 많다. 바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더 품게 된다”고 아이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교회학교 교사가 지치고 힘들기만 할 것이란 오해에 대해서도 손을 내저었다. 권 교사는 “교사라는 자리는 봉사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품고 다가가야 하는 자리”라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느껴졌다. 아이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회복됐고 제가 더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아이들의 성장도 너무 좋지만 이들에게 은혜를 흘려줄 수 있는 귀한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한봉현 교사 역시 “수십 년 전 가르쳤던 제자들은 벌써 사회로 나와 자리를 잡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어리기만 할 것 같던 아이들이 장성해서도 신앙을 잃지 않고 믿음의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는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며 교회학교 교사로의 삶을 도전했다.
교사도 아이들 향한 오해 풀어야
교회학교 교사들에 대한 오해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교사들이 아이들에 대해 갖는 오해도 있다. 예배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보고 생기는 오해다. 김영신 교사(제3영도교회)는 교사들 역시 아이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들의 시선으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예배 시간이나 공과공부 시간에 핸드폰을 보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은 그저 예배시간에 딴 짓하는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왜 이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나이 차이는 분명하지만 시선을 달리 하면 분명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교사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 유독 눈이 가는 아이였다. 교회를 종종 오긴 했지만 제 시간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이 아이가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교회에선 예배에 늘 지각한다는 이유로 상품을 주지 않았다.
김 교사는 “너무 속상하고 답답했던 기억이다. 단순히 눈에 드러나는 아이의 행동만 바라보고 이유는 보지 않았다. 교회학교는 모범적인 아이를 골라 상을 주는 곳이 아니라 상처 입은 아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보듬는 공간이어야 한다”면서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아이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교회는 제자리에 있다. 오히려 시대에 맞춰 변하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이라 말한다. 아이들을 오해하는 교회와 교사의 시선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