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진리 절대적”…개신교인 63%, 천주교인 25%
종교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관련해 개신교와 천주교 신자 간 인식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신교인들은 천주교인보다 자신이 믿는 신앙에 대해 절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결과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4년 종교인식조사에서 ‘종교 진리와 가치에 대한 인식’ 중 ‘종교는 상대적이고 가변적 진리를 담고 있다’는 항목의 응답자는 전체의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종교는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모르겠다’는 답변도 22%로 적지 않았다.
당연히 종교의 진리를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고 반응한 응답은 비종교인에게서 59%로 높게 나타났으며, 종교가 있는 경우는 47%를 기록했다.
흥미롭게 살펴볼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개신교 신자와 천주교 신자 간 비교 결과이다.
개신교 신자 209명 중 ‘종교 진리가 절대적이다’고 응답한 비율은 63%였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는 25%로 개신교 신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종교 진리가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는 응답자가 60%나 됐다. 이는 불교 신자의 65%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종교 진리의 절대성을 고백한 천주교 신자는 이토록 낮은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이러한 종교에 대한 절대성 인식 격차는 또 다른 항목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적 가치관이 반영된 질문 항목으로 ‘모든 종교는 결국 같은 진리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라는 의견에 천주교 신자의 무려 64%가 동의한 것. 개신교 신자 중 이런 가치관에 동의하는 비율도 32%로 적지 않았지만, 천주교 신자는 두 배나 높았다. 오히려 불교 신자가 52%로 천주교 신자보다 낮았다.
이와 비슷한 응답 양상을 보인 또 다른 항목도 있다. 종교간 가치를 비교하는 항목으로 ‘모든 종교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에 전체 응답자 62%가 동의하고, ‘어떤 종교는 다른 종교보다 더 가치있다’는 20%, ‘모르겠다’ 18%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에 대한 동의 비율만 보자면, 천주교 신자는 71%, 불교 신자는 76%를 보인 반면 개신교 신자는 42%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결과와 관련해 조사기관은 보고서에서 “종교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며 모든 종교가 같은 진리를 각자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다수 인식이다. 종교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포용하는 태도, 각자 방식대로 종교를 믿고 따르면 된다는 다원주의적 태도가 좀 더 강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에서는 “다만 개신교 신자는 예외적이다. 개신교 신자는 절대적인 진리관을 더 많이 지지하고, 각 종교의 진리 또한 고유하고 서로 다르다고 본다. 이는 개신교가 가진 배타적인 특성이 드러난 결과로 보이며, 천주교와 불교 신자는 불신자만큼이나 포용적인 종교 진리관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개신교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신자들의 응답을 배타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 것일까?
백석대 김상구 교수는 “개신교 신자들이 자기 신앙에 더 강한 절대성을 부여하는 것은 개신교 신앙의 핵심 교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개혁주의 전통을 가진 개신교는 5대 솔라 즉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면서 “교회 안에서 가르침이 개신교 신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데 영향을 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현대 사회의 종교다원주의적 경향이 개신교를 향해 도전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결과”라면서 “다만 개신교 신자들은 자기 신앙의 절대성을 지키면서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