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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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10.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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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제4차 로잔대회가 막을 내렸다. 한국교회 최대 관심사인 장로교단 정기총회와 일정이 정확히 들어맞은 탓에 이목이 분산됐지만 한국교회 역사에 남을 중요한 행사였음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50년 전 첫 번째 로잔대회는 복음의 총체성을 선언한 기념비적 행사로 아직도 회자된다. 과연 서울-인천대회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남게 될까.

직접 찾은 현장은 대체로 호평이 잇따랐다. 세계 만국 열방에서 모여 한목소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찬양을 맡은 아이자야식스티원의 무대는 여느 세계적인 찬양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논의할 과제를 담은 25개 GAPS에서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안타깝게도 현장의 열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수련회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달라지겠다 다짐하지만 각오가 채 일주일을 넘지 못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면 이해가 쉽다. 결국 기록에 남는 것은 문서다. 이전에 열렸던 로잔대회 역시 각각 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이라는 세 개의 문서로 기억된다. 크리스천들은 지금도 이 문서들을 보며 그 당시 복음주의 교회들이 품었던 생각들을 되짚으며 지표로 삼는다. 전례에 기대보자면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 역시 이번에 발표된 ‘서울선언’으로 기억되리라.

그렇다면 서울선언은 어떻게 기억될까. 뇌리에 새겨진 문장은 단 하나, ‘동성애 반대’다. 서울선언은 수백 페이지의 논문으로도 정의하기 힘들 ‘인간론’ 항목의 대부분을 ‘성정체성과 동성애’에 할애했다. 전체 분량에 대비해봐도 97개 조항 중 무려 15개 조항에서 ‘성정체성과 동성애’를 이야기한다. 동성애 반대에 온 힘을 쏟아 부은 탓인지 기후 위기와 사회 양극화, 글로벌 이주, 고령화, 다음세대 등 산더미처럼 쌓인 선교 과제들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행히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 국제로잔 본부는 발표된 로잔선언문에 대해 피드백을 받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회의와 기대라는 양가감정이 교차한다. 부디 대한민국 서울의 간판을 내건 선언문이 지금 호흡하는 시대를 관통하고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며 변치 않는 복음의 정수를 담아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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