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달라진다. 100년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기술의 발전과 인식의 변화, 문화의 확장은 정치·경제 전반은 물론 우리의 일상까지도 뒤바꿔놨다. 교회와 선교도 예외는 아니다. 약 2천년 전 로마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전해졌던 복음은 마차와 범선, 기차와 비행기에 몸을 싣더니 이제는 전 세계에 연결된 인터넷망을 타고 단 몇초만에 전달된다.
달라진 세상에서 교회의 모습과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2천년 전과 같을 수는 없다. 국제 로잔운동은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오늘날 세계 기독교의 현실과 그에 맞는 선교 전략을 고민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he Great Commission Report)’를 발표했다. 전 세계 최고의 선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작성한 보고서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그에 맞춘 대안을 제시한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10회에 걸쳐 로잔운동이 고민한 10가지 질문의 포장을 풀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좀체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팡이를 짚고 있다. 날로 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에 반해 출산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보니 평균 연령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위안이라도 삼아야 할까. 출산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인구 고령화 자체는 전 세계에서 관찰되는 특징이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촌이 함께 나이가 들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구조가 달라지면서 선교 전략 역시 변화가 요청된다. 늘어난 고령 인구를 위한 맞춤 사역을 개발하고 인생의 황혼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줄어들고 있는 다음세대에 집중해 선교의 다음 시대를 이끌 차세대 리더를 키워내는 것도 과제다. ‘인구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What Are the Emerging Demographics?)라는 질문은 로잔운동을 비롯한 선교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로 꼽힌다.
인구 강국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아시아가 지목된다. 전통의 강호 중국과 신흥 강자인 인도, 두 나라의 인구만 합산해도 약 29억에 육박한다. 80억으로 추산되는 세계 인구의 약 36%를 단 두 나라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끝을 모르고 치솟았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인구 증가율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앞으로는 ‘인구 강국’의 바통을 아프리카가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높은 출산율이 유지되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2100년에는 세계 인구 순위의 1페이지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기독교데이터베이스는 현 7위에 머무르던 나이지리아가 인도와 중국에 이은 3위에 올라서고 파키스탄과 콩고가 각각 4, 5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이 적중한다면 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6위로 내려서게 된다.
인구수보다 더 주목되는 변화는 심상치 않은 평균 연령의 증가세다. 1950년대에는 약 10억명으로 집계됐던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2100년이 되면 50억에 육박할 것으로 UN 인구국은 전망했다. ‘글로벌 고령화’의 중심에 선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더 심화되리란 예측이 우세하다. UN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대비 205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 예상 증가폭이 2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출산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남반구 국가들은 고령화에서 거리가 멀다. 적어도 2022년 기준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은 65세 이상 인구보다 15세 미만 인구가 훨씬 많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산층의 증가 현상이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로 관찰된다. 2018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중산층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주로 서구사회에 집중되어 있던 부와 권력이 아시아 등 비서구권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젊은 인구로 돌아갈 수 없다면
“우리는 이전처럼 젊은 인구로 돌아갈 수 없다.” UN 경제사회부는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인구 고령화를 바라보며 이렇게 단언한다. 가속이 붙은 인구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제는 경제와 문화적 규범, 윤리적 틀, 의료 인프라, 거주의 문제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앞서 ‘고령화’라는 변수를 추가해야 한다.
미국은 벌써 고령자를 위한 공공 의료 지출이 67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85세 이상의 장기 요양 요구가 국가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된다고까지 결론을 내렸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인구는 늘어나는 것에 반해 이를 돌볼 젊은 인구는 오히려 줄어든다. 가족과 사회의 부양 부담이 늘면서 사회 문제 또한 야기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고 노인 학대도 늘고 있다.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외로움에 눈물짓는다. 미국에서는 전체 노인 중 무려 30%가 외로움을 호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외로움의 문제는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외로움이 암세포와 염증의 확산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년층의 자살률이 높은 요인을 찾을 때도 외로움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교회 역시 인구 변화의 파도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로잔운동은 교회가 아직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구 고령화에 발맞춘 신학적, 선교학적 대응이 절실함에도 여전히 기독교 커뮤니티 전반에서는 고령화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있다. 우선은 노년층일수록 종교와 영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고령화를 풀어 쓰면 ‘평균 연령의 상승으로 인해 종교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도 노년기에 복음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은 위와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교회가 노년층을 위한 사역에 적극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영적인 건강을 돌보는 것은 본디 교회가 가장 잘해왔던 일이다. 거기에 육체적 건강을 돌보는 일을 추가하면 된다. 어쩌면 다음세대 선교를 위해 강조된 개념인 ‘4/14 창’과 동일 선상에 ‘70/100 창’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세대에게 ‘선교적 삶’ 보여주기
‘노년층일수록 복음을 받아들이는 비중이 높다’는 명제를 단순하게 뒤집으면 ‘어린 나이일수록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가 된다. 이는 실제로도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원 호프’(One Hope)의 글로벌 청소년 보고서는 10대의 11%만이 기독교인이고 50%는 다른 종교, 39%는 불가지론자라고 주장한다.
21세기는 다음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더 많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로잔은 다음세대 선교를 위해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예수님, 바울, 그리고 초대교회가 보여준 삶인 ‘성육신’ 모델로의 복귀다.
성육신 모델은 ‘관계형 청소년 사역’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관계를 통해 아름다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자리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말씀을 구현하는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성경적 세계관에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파할 때는 우리가 먼저 복음에 비추어 살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설교에는 삶이 동반되어야 하며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삶과 신학은 분리될 수 없고 신학은 실생활 안에서 구현됨을 로잔은 강조한다.
다음세대 안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는 ‘탈진실 문화’를 돌파하는 것은 이 시대의 교회에게 주어진 선교적 과제다. 바나 그룹의 연구에선 청년 중 75%가 ‘자신의 삶의 목적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고, 50%는 ‘인간 생명에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고 답했다. 이를 위한 대안 역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수밖에는 없다.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진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