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 총회장 직무대행 맡고 있던 부총회장까지 직무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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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교, 총회장 직무대행 맡고 있던 부총회장까지 직무 정지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5.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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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입후보 자격 및 선출과정 중 위법성 지적

교단 총회에서 진행되는 임원선거, 특히 입후보 과정에서 교단 법령을 보다 철저히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지난 1월 총회장 이종성 목사의 직무가 정지된 데 이어 제1부총회장 홍석훈 목사의 직무마저 정지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 민사부는 지난달 30일 홍성식 목사가 제1부총회장 홍석훈 목사(신탄진침례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2024카합 20035) 소송에 대해 '1부총회장 선거 무효확인 소송 사건'(2024가합 100436)의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홍 목사의 부총회장 직무를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홍석훈 목사의 제1부총회장 후보 예비 등록부터다. 침례교 총회 규약 16조 1항에 따르면 총회장 및 제1부총회장의 자격 요건은 ‘목사 인준 후 본 교단 가입교회에서 20년 이상 흠 없이 목회한 자’다.

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홍 목사가 약 28년간 군목으로 사역했고, 군목이 사역하는 군 교회는 국방부 소속이기 때문에 ‘침례교단 가입 교회에서 20년 이상 목회’라는 규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이에 따라 홍 목사의 입후보 등록을 반려하고, 공탁금을 반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제113차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선관위 결정을 수용하는 대신, 홍 목사의 후보자격 여부에 대한 직접 판단에 나섰다. 회의에서 총대 의견을 물은 결과,  763명 중 476명이 찬성하면서 홍 목사는 후보 자격을 획득했다. 단독 후보로 출마한 홍 목사는 결국 현장에서 제1부총회장에 선출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후보 자격이 없는 자를 선출한 실체적 하자와 이 사건이 선관위 의결에 반하여 이루어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며 홍 목사의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채무자(홍석훈 목사)의 군목 경력을 가입교회 목회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을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을 판결의 이유로 제시했다.

또 재판부는 “채무자에 대하여 제1부총회장 후보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의결은 전체 1,264명의 대의원 중 763명이 참가해 473명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적법한 선임 결의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제1부총회장으로 선임될 개연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침례교 총회 규약 10조 2항을 근거로 제2부총회장을 선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회장 직무대행으로 총회 총무 김일엽 목사를 선임했다.

한편, 총회장과 부총회장 모두 직무가 정지된 이번 침례교단의 사례는 다른 교단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총회장 선거 당시 '허위사실 유포' 문제가 불거졌고, 부총회장 선거에서는 입후보 자격문제까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이번 사례는 교단 의사결정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정기총회 결의까지 뒤집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타 교단들은 유사한 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 과정에서 교단 헌법과 규약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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