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합감리교회(UMC), 동성애자 포용정책 잇따라 결의
결혼의 정의, 남녀 결합에 ‘두 성인의 결합’ 추가 파장 예상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동성애자 포용정책을 잇따라 결의해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연합감리교회 2020 총회’가 지난달 23일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5월 3일까지 11일간 미국 노스캐롤라이주 샬럿에 위치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UMC 총회에서는 ‘동성애자의 성직안수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동성애자는 감독 후보자의 자격에 맞지 않는다는 규정도 삭제했다. UMC 총회는 이번 결정이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아니며, 오랫동안 갈등과 논쟁이 되어온 성소수자에 대한 제한 규정을 없앤 것이란 입장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UMC 성직안수위원회의 “감독 후보자가 동성애자인지의 여부로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감독은 동성애자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명시한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우선처리 안건으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동성애자 그룹의 지원사역에 대한 재정사용 금지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감리사의 치리영역으로 동성결혼을 집례한 성직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폐지안은 대의원 투표에서 찬성 667 반대 54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단 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현장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또 동성애가 창조의 섭리를 위반하는 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제도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당 조항은 1968년 미국 감리교회가 보수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복음주의형제교회(EUB)의 연합 과정에서 EUB의 통합요구 조건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이번 결의로 조항은 더 이상 효력을 잃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결혼에 대해 정의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총회에서 UMC는 결혼을 ‘성인 남자와 여자’라는 기존의 정의에 ‘또는 두성인’이라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회생활원칙>의 권면에 있어 결혼의 성립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사실상 법조항에 가깝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장시간 논의가 이어졌으며 523명의 찬성과 161명의 반대로 76.7%로 3분의 2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가 됐다. 사실상 결혼의 정의를 남녀의 결합뿐 아니라 두 성인의 결합, 즉 동성의 결합도 ‘결혼’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사회생활원칙>에서 “동성애의 실천은…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라는 문구마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의를 놓고 현장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측은 환호하는 분위기였지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대의원들은 성서적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동성애 이슈로 7,000개의 교회가 UMC 총회를 이탈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UMC의 동성애 논란으로 2022년 대안단체로 출범한 세계감리회(GMC)는 1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결정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다른 종교단체의 활동에 어떤 언급도 하고 싶지 않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2천년 동안 선포된 기독교 신앙고백의 뿌리를 가진 GMC는 교단의 강력한 기초를 수호하는 데 헌신할 것”이라고 동성애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확인했다.
감리교 내 목회자 그룹을 중심으로도 강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리교바로세우기연대(대표:이구일 목사)와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대표:민돈원 목사),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대표:이명재 목사)도 지난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미 UMC와의 교류를 단절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서에서는 “UMC는 총회에서 40년간 유지해온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조항을 폐지했다. 그러나 동성애는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감독회장도 행정적인 절차를 통해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는 10월 열리는 제36회 입법총회에서 세계선교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탈퇴를 결의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UMC 결의에 대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한국의 감리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 이미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동성애 관련 규정이 들어가 있으며, 동성애는 징계의 대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UMC 총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항목을 넣지 않고, 금지조항을 없애 개 교회에 맡기고자 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철 감독회장은 “한국은 미국과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있고, 이번 결정이 한국 감리교회에 미칠 영향을 없을 것이다. 다만 동성애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회를 중심으로 반동성애 정서가 높아지면서 NCCK·WCC 탈퇴 결의안이 잇따라 통과되는 가운데, 다가올 입법총회에서 NCCK 탈퇴 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동성애에 대한 UMC의 입장에 반발하며 2019년부터 최근까지 7,000곳의 교회가 교단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있는 교회는 전체 소속 교회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번 총회에는 862명의 대의원이 참석했으며 미국이 55.9%, 아프리카 32%, 필리핀 6%, 유럽(러시아 포함) 4.6%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