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자살의 원인이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에 기인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사장:라제건)가 창립 33주년을 맞아 기념세미나를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라제건홀에서 ‘한국의 사회구조와 자살’을 주제로 열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22년 기준 25.2명(12,906명)이며, 하루 평균 35.4명이 자살을 택한다. OECD 회원국 중 20대 이상 연령대의 자살률 대부분은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체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양용희 소장(각당 삶과죽음연구소)을 좌장으로 조성희 교수(서울신학대)가 ‘한국의 사회구조와 자살’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한국사회의 자살은 단일차원으로 보기보다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적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자살현상의 특징으로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높고, 청소년의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 비해 3배 이상의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또 교육과 직업 유형에 따라서도 자살률의 차이가 관찰된다.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대상의 자살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며 직업의 안정성이 낮은 경우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그는 “한국사회의 자살현상은 실업률 및 상대적 빈곤율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의 주요 경제적 위기 발생 시기인 1997년, 2002년, 2008년 주요 사건 이후 자살률이 크게 증감했다는 것. 한번 증가한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요청된다.
조 교수는 “현재 정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충분적 관점은 제한적”이라며 “자살에 대한 근본적 사회적 변화의 방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의 자살 통계의 특성에 따라 자살 예방 및 대응 방식에도 사회적 불평등의 요소에 대한 고려가 요청된다. 조 교수는 “자살에 대한 담론 형성과 개입에 있어 개인적 차원과 정신건강 중심의 이슈화는 한국사회 자살문제의 해결과 자살 관련 정책 목표달성이 제한적”이라며 사회구조에 대한 선 이해를 바탕으로 자살현상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안해용 사무총장(라이프호프)이 ‘2030 청년들의 자살시도와 자해 문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안 사무총장은 “자살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와 문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살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2030 청년을 중심으로 자살율이 늘어가고 있으며, 자해현상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흔히 하는 자해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자해를 선택한다거나 죽기위해 자해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해는 ‘감정 조절 불능’의 상태를 의미하며, 자살이 목적이 아니라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도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 자해를 선택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들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안 사무총장은 “자해를 하는 아이들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자해를 선택한다. 이들의 감정과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살은 엄밀히 말해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실패의 결과물”이라며, “또 자살자와 유가족, 주변관계를 자살로보호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앞서 인사말을 전한 라제건 이사장은 이번 세미나는 “자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 특히 한국계회의 자살자 증가 원인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소외감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 가중 등 복합적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라 이사장은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33주년을 맞아 열린 세미나가 한국사회의 자살문제 해결에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