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때마다 아쉬운 게 있다. 주례를 해주신 목사님과 식사를 함께 싶은데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나도 여러 제자들에게 주례를 해주었는데 그후 한번 만나자는 커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는 게 바빠서이기도 하겠지만, 혼인 당사자들과 주례자의 관계가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례자는 사전에 당사자들과 따로 만남의 시간을 갖고 관계를 맺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인도해줘야 한다. 예식 집례 뿐 아니라 그들의 멘토 역할도 평생 해줘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주례를 맡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주례 없는 결혼식’이 생겨난 것이다.
주례 부탁을 거절한 어느 목회자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주례를 맡으려면 당신들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하고, 예식 전에 당신들을 위해 적어도 4시간은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생 자주 만나 상담을 해주고 지도를 해줘야 하는데, 내게는 그럴 여유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평생 몇 쌍을 주례해주었느냐보다 주례해준 그들이 지금 잘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주례자는 먼저 당사자들을 만나 결혼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또한 이들이 실제 결혼생활에서 겪게 될 갈등 예상문제를 함께 미리 해결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게 주례자의 중요한 임무다.
결혼 전에 부부가 미리 협의해야 할 것들
① 새로운 가정을 통해 이루려는 목적이나 비전에 합의하였나?(어떤 가정을 이루려는가?)
② 어떤 고난이 닥쳐도 결혼생활을 지켜낼 자신감이 있는가?
③ 서로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 기록을 잘 알고 있는가?
④ 상대방의 단점과 약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가?
⑤ 의견이나 입장이 서로 다를 때 상대방의 의견이나 불만을 경청하고, 적절히 조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가?
⑥ 아이는 몇을 낳을 것인가? 희망 성별과 주어진 성별은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⑦ 아이의 양육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⑧ 자녀 교육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⑨ 각자의 수입과 재정을 하나의 계좌로 합칠 것인가, 따로 관리할 것인가?
⑩ 수입과 지출의 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⑪ 서로의 재정적인 목표나 의무를 명확히 알고 있는가?
⑫ 저축과 내 집 마련 등 미래의 재정 계획에 대해서는 합의하였는가?
⑬ 결혼 후 해결해야 할 밝히지 않은 채무 관계가 있는가?
⑭ 서로의 씀씀이나 저축 습관은 알고 있는가?
⑮ 결혼 후 부모와 함께 살 것인가, 독립할 것인가?
⑯ 양가 부모의 노후 부양은 어떻게 할 것인가?
⑰ 양가 부모에게 용돈 드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⑱ 자신의 가족들이 배우자를 편하게 해주도록 해 줄 수 있나?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⑲ 부모가 결혼생활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나?
⑳ 결혼생활을 시작해도 포기하지 못할 어떤 것이 있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㉑ 상대방의 직업과, 그 직업과 관련한 특수한 생활 스타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나?
㉒ 직장을 옮겨 다른 곳에서 살게 돼도 괜찮은가?
㉓ 맞벌이의 경우 어느 한쪽의 근무지가 먼 곳으로 바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㉔ 식사 준비, 집안 청소, 화장실 청소, 설거지, 쓰레기 처리 등 집안 살림은 어떻게 나누어 할 것인가?
㉕ 상대방의 평소 애정 표현에 만족하나?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표현을 원하는가?
㉖ 서로의 성적(性的)인 기호(嗜好)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
㉗ TV, 컴퓨터를 침실에 놓을 것인가? 그밖에 중요한 가구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㉘ 서로의 종교적인 신념이나 행동, 종교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나? 그것을 존중해줄 수 있나?
㉙ 결혼 후 어느 교회로 출석할 것인가?
㉚ 주일이나 휴일의 스케줄에 대해 합의하였나?
㉛ 상대방의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나?
㉜ 상대방의 이성 친구 교류를 어느 정도까지 양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