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존재는 신학의 매우 분명하고도 위대한 전제
상태바
하나님의 존재는 신학의 매우 분명하고도 위대한 전제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4.04.03 0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_ 51) 하나님의 존재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기독교 신앙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다. 이 말은 기독교 신앙은 이성을 뛰어넘는 요소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이성적인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우리는 이성적인 것과 신앙적인 것이 충돌할 때 미련없이 이성적인 것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이성적인 추론들의 가치를 우리는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논증들이 단지 상대적이고 제한적인 가치만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결국 우리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것은 이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라는 말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먼저는 하나님, 즉 신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유신론과 무신론으로 대별되는 토론이다. 두 번째로 하나님의 존재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에 대한 토론 전반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루는 범위의 넓고 좁음으로 말하자면 전자에 해당하는 하나님의 존재(existence)가 후자의 의미에서 하나님의 존재(being)를 다루는 것에 포함된다. 후자의 하나님의 존재를 다루는 부분을 통상적으로 하나님의 실유(實有)라는 말로 불렀는데 이 말은 지금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하나님의 존재’라는 말이 이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과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 존재를 우리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불가지론에 대항하여 우리 기독교 유신론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경의 첫 절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시작하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을 선언하는 이 말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하여 증명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당연한 전제로서 하나님의 존재를 그 바닥에 깔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신약 성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창세기와 마찬가지로 요한복음도 말씀이신 하나님의 존재를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하나님의 존재는 신학의 위대한 전제이다.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가정이 없다면,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독교 신학의 전제는 매우 분명한 형태의 전제에 속한다. 그 전제는, 하나님의 이름이 적용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것이나 어떤 사상이나 혹은 관념, 어떤 능력이나 목적적인 경향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근원이시며 모든 피조물을 초월하면서, 동시에 만물의 모든 부분에 내재하시며 자존적이며 자의식적이며 인격적인 존재가 계시다는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Reformed theology)은 하나님의 존재를 전적으로 합리적인 전제로 간주하지만, 합리적인 논증에 의하여 이러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진리를 신앙으로 받아들인다.

비교 종교학자들과 선교사들은 하나님 관념이 실제적으로 인류에게 있어서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종종 증명하고 있다. 그 관념은 심지어 세계의 가장 미개한 국가와 종족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이것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더구나 기독교 국가 안에서조차도 성경에 계시되어진 대로, 즉 미리 예정하신 계획에 따라서 만물을 역사하시는 자존적이고 자의식적이며 무한하시고 완전한 인격이신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특별히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사실은 후자의 부인, 즉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부인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신앙의 전제로 받아들이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다양한 이론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호전적인 무신론적 진화론자로 잘 알려져 있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는 하나님의 존재에 관한 확률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100% 확신하는 강한 유신론자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100% 부정하는 강한 무신론자까지 7가지 이정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 정중앙에는 “신의 존재와 비존재는 확률상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철저하게 불편부당한 불가지론자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도킨스 자신은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0%는 아닌 6번에 속한다(물론 7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여지를 남고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