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종생 목사, NCCK)가 고난주간 성금요일이었던 지난 29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고난의 현장 예배’를 드렸다. 예배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헌금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예배에 앞서 3월에 생일을 맞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다시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원용철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장)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함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을 다시 곱씹었다.
예배는 서경기 목사(NCCK 교회일치위원회 부위원장)의 인도로 이경호 주교(대한성공회 의장주교)가 기도하고 최수산나 국장(한국YWCA연합회)이 성경을 봉독했으며 NCCK 회장 윤창섭 목사가 ‘또다시, 나를 부르실 때’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윤 목사는 “오늘 날씨가 상당히 쌀쌀하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아픔과 가슴저림을 갖고 살아온 유족 여러분들의 차가운 추위에 비할 수는 없다. 10년이 짧지 않은 세월인데 그동안 아픔을 치유하는 일들은 지지부진했음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면서 “혈연으로 연결된 것만이 가족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을 따라 함께해 가는 자들이 새로운 가족이다. 10년 동안 연대하고 손을 붙잡아온 우리 역시 새로운 가족”이라고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그는 또 “우리는 성금요일 예배로 모였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셨다. 무덤 속에 장사 지냈지만 그 무덤 문을 박차고 부활하셨다”면서 “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의 모습이 이제는 억울함이 절망으로 자리 잡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모든 사회적 가족들이 연대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혐오가 아닌 사랑과 은혜와 존경으로 나라를 세워가는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도 예배에 참석해 고난의 현장을 증언했다. 박정화 씨(은정 어머니)는 “성경에서 상위층 종교 지도자들이 거룩한 옷을 입고 예루살렘의 종교 행사에 매몰되어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동네 갈릴리에서 어부들과 동고동락하며 삶을 나누셨다.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통에 연대해 주고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이 계셔서 저희는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면서 “아픔과 슬픔은 부모들이 안고 갈 테니 함께 연대해 주시고 발맞춰 걸어주시고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기도와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인사를 전한 총무 김종생 목사는 “이곳에 들어설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특히 우리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교회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부활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간절함과 협력으로 생명안전공원이 세워지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나누고 서로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긴다면 작게나마 유가족분들에게 부활의 소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NCCK도 9개 회원교단과 함께 이 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하며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합 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친 이후에는 세월호유가족협의회와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NCCK 측에서 윤창섭 회장, 김종생 총무, 윤대엽 부회장, 정옥진 부회장, 원용철 정의평화위원장, 기장총회에서 전상건 총회장, 김창주 총무가 참여했고 유가족협의회에서 강지은 회원조직사업부서장, 정부자 추모사업부서장, 김순길 사무처장,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우리들의 목소리가 메아리도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오늘 예배가 큰 힘이 되었다. 기독교의 어른들로 함께 해 주시고 힘을 실어 주셔서 올해는 꼭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간담회 후에는 NCCK와 기장총회가 각각 유가족협의회 측에 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위한 헌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