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린 시절에 아이는 계속 질문에 질문을 연속해서 하는 때가 있다. “이건 뭐예요?”라며 물어보면 부모가 대답해주는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물어볼 때도 많다. 부모는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는 자녀에게 대답을 해 주다가 나중에는 “왜 같은 걸 계속 물어보냐”면서 아이를 꾸짖거나 외면하거나 한다. 그럴 때 아이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이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 부모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호기심과 궁금했던 것과 부모와의 소통의 시간을 계속 줄여가게 된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자녀는 알고자 하는 마음, 소통하고 싶은 마음, 질문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거두어들이게 될 수 있다. 자신과 눈을 마주쳐주고 웃어주며 다정히 말해주고 알려주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다. 아이는 점점 혼자의 생각 속에 자신을 가두게 되고, 질문은 하지 않아야 하며, 그저 외부 세상의 원칙에 아무런 생각 없이 맞추다가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때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자녀는 자신의 중요한 대상과 정서적으로 접촉하며 관계를 맺어간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보면 다정하게 함께 궁금해하고 길을 찾아가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런 존재의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상대방을 통해서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영어로 ‘reflec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것은 ‘re’라는 어근에 ‘flection’이 합쳐진 단어로 말 그대로, 다시 휘어지는 것, 다시 구부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어로는 반영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마치 빛이 거울에 비치면 다시 반사되는 것과 같고, 사람이 거울을 보면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점검하고 또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상담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상담이라는 것이 치유의 작업이라면 그 안에는 반영이라는 기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꼭 상담에서만 이뤄질 일인가. 부모 자녀 간, 형제자매 간, 이웃과 친구 간에도 반영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그대로 알려주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시원하게 할 뿐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수용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영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거울처럼 그의 마음을 비추어 다시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또 하나의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을 때 변화가 시작되고 관계는 개선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하는 당신의 자녀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너는 그것에 대해 궁금하고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라고 한다면 어떨까? 어떠한 비난도, 억누름도 없이 그저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정답을 알려주고 그것을 익히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