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다. 한국교회도 선교를 받다가 선교사를 파송하며, 의료선교 역시 이제는 ‘수혜자’가 아닌 ‘공여자’가 됐다. 세브란스 병원은 우리가 받은 사랑을 되갚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세브란스를 비롯한 의료선교사역은 조선 말 △개인위생 및 방역 개념 정립 △미신(주술성) 타파 △서구적 의료체계 도입 △의학교육체계 확립 △신분제 탈피에 기여 등 구습과 폐단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1886년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했고 당시 한양에서만 인구의 약 4%가 사망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민간에서는 콜레라 귀신을 쫓는다며 굿을 했다. 반면 제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선교사들은 적절하게 약을 처방하고 방역 방법과 위생관리 방법을 전파해 전염병에 대처했다. 적극적인 콜레라 퇴치 참여로 정부와 백성의 호의와 인정을 얻었으며, 이를 통해 개인위생과 방역 개념을 알리고 미신을 타파할 수 있었다.
또한, 세브란스 의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교로서 의학교육과 의료체계 확립에 힘썼다. 설립 초기 의학교육 전 먼저 영어와 기초적인 물리와 화학부터 교육했는데, 우리 민족 교육 수준의 상승에 따라 교과과정을 수정해나갔다. 특히 공들인 것은 의학용어와 의학서적 번역 및 의학 교과서 편찬이다. 에비슨은 선교사들이 철수한 후에도 자생할 수 있는 의학교를 꿈꿨다. 이에 기본서를 넘어 전문서적까지 번역해 우리 민족의 병원과 의학교가 자립할 기틀을 쌓았다. 의과대학뿐 아니라 간호원양성학교(1906년)와 치과학교실(1915년)을 개설해 필수 의료인력을 양성했다.
선교사들은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독립적인 의료와 의학 체계를 설계했고 우리는 그 수혜를 입었다. 세브란스 병원은 130년 전 받은 사랑을 다시 흘려보내는 사역을 하고 있다.
세브란스의 해외 의료선교는 에비슨 내한 100주년을 기념하며 1993년 몽골국립의과학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몽골 사역이 시작된 후 26개국에서 약 500명의 의료 저혜택국가 의료인들에게 의료선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몽골에는 1994년에 몽골연세친선병원를 설립했으나 2014년 폐원했다. 비록 병원은 폐원되었지만, 몽골 사역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몽골 국립의과학대학과 부속병원을 통합하여 계속해서 의료선교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