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한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저자 정지아 씨가 구례로 내려온 지 13년 쯤 되었을 때 마음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시골살이가 서울살이와 굉장히 달라요. 서울에서는 남들이 내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나의 벽을 세워놓고 살잖아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외로워하고 타인을 그리워하고요. 그렇다고 타인이 내 벽 안으로 확 들어오는 것을 선뜻 내켜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나와 타인의 벽 사이에 고독을 즐기기도 하고, 힘들어하며 삽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시골에 내려왔더니 그 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없는 거예요. 이웃들이 저희 집에 ‘어이! 있는가?’ 하고 들어오세요. 제가 문을 열까 말까 하는 사이에 이미 들어와 계세요.”
사실 정지아 씨는 그들이 어색하고 불편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못 들어오게 하고 싶어서 들어오려는 이웃들을 마중하는 척하며 문 앞에 선 상태로 말하려고도 했구요. 그런 그의 불편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웃의 침범은 계속 되었구요. 그런데 그 침범이 정지아 씨를 고독에서, 우울에서 탈출시켰다 하네요.
“대학 앞으로!!”하는 이 전시 체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고3 때부터가 아니라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대학입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구요. 그냥 무관심하고 웃어넘기기에도 씁쓸함이 남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어이! 있는가?”처럼 이웃과 서로 어울리는 게 불편한 시대에서, 우리 교회는 다음 세대들에게 ‘함께 하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앞으로 줄 서는 이 시대에서 진짜 ‘공부’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들도 있음을 체험케 하고, 기독교 교육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를 발견하고 그 은사를 활용해 하나님과 이웃과 어울려 살며, 축제처럼 살아가는 삶이어야 함을 조금은 체험케 해 주고 싶었구요.
하여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작부터 끝날까지 진행되는 ‘독서마라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 우리 교회가 사용가능한 집들을 섭외해, 차승원과 유해진 씨가 나오는 삼시세끼처럼 자기들이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어울려 놀기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게 하는, 5명 2박3일 혹 3박4일 여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획부와 교역자들, 교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 저와 우리 장로님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구요. 다음 주에 한 번 모이자 했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경쟁하고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이 시대에서 함께 어울리는 삶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돕자는 마음이구요.
“어이! 있는가?” 하고 누군가 소리치면 “네~” 하고 나가서 선뜻 손을 맞잡을 수 있고, 격려도 해 줄 수 있는 넙데데한 마음도 길러보고, 무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나면 이를 위해 기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