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라에서 1억을 준다는데 셋째 낳을 생각이 있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나란히 ‘저출생’ 대책 공약을 내놓았다.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 앞에 정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워킹맘으로 올해 6살 딸과 5살 아들,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기자는 양 당이 내놓은 저출생 공약을 놓고 남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살펴본 양당의 저출생 대책 공약은 일과 가정양립, 보육과 주거문제 등을 총망라한 다양한 돌봄 정책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만기 10년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셋째 자녀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준다는 공약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연년생 맘으로서는 귀가 솔깃한 정책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의 현금 지급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데 손을 들고 싶다.
문제는 당장 첫째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후 방과후부터 퇴근 시간까지 생기는 ‘돌봄공백’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학원을 보낸다고 해도 2~3곳은 보내야 퇴근 시간에 맞출 수 있다. 두 달에 이르는 방학 기간, 아이들을 맡아줄 곳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당장 첫째와 둘째의 돌봄이 막막한 상황에서, 당장 1억이 생긴다고 한들 셋째를 갖겠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라면 제법 구미가 당길만한 내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는 ‘현 부모세대’를 위한 돌봄 정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정규 수업 이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케어해주는 ‘돌봄교실’이 존재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는 ‘로또’라고 불릴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최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돌봄교실’에 탈락해 당장 방과후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전체 학급이 7반인데, 그중 방과후 돌봄교실은 1반만 편성돼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당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질지언정, 주변에서 육아하는 부모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불행해’ 보인다면, 신혼부부들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현금 지급보다 ‘워킹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초등학생 저학년 시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