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피할 새 삶의 터전 절실… 구호와 함께 ‘예수 사랑’도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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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피할 새 삶의 터전 절실… 구호와 함께 ‘예수 사랑’도 전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5.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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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3개월, 튀르키예를 가다(하)

백석총회는 지난 1~6일까지 튀르키예 동남부에 위치한 아다나와 하타이를 방문, 피해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4박6일의 여정을 통해 대지진 3개월째를 맞이한 튀르키예의 현재 상황을 전한다. <편집자 주>

여름엔 40도 넘는 폭염, 천막촌은 벌써 무더위와 싸우는 중
운동화 하나에도 기뻐하는 이재민들 지속적인 관심 갈급해
튀르키예 동남부교회재단, 피난처 세우는 ‘카야랜드 프로젝트’


구호팀이 튀르키예를 방문했던 5월 초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열기가 온 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였다. 문제는 선거의 열기가 거세질수록 안타깝게도 지진 피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민들은 정부의 약속만을 믿고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 짙게 깔린 불안을 지울 수는 없다. 다 무너져 내린 집터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버티는 것도 ‘내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반영된 심리였다.
 
구호의 손길도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줄어든 때에 한국교회에서 이재민들에게 줄 선물을 싣고 찾아온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형곤 선교사와 구호물품에 대해 논의한 동남부교회재단 데보라 선교사는 사만다으 인근 이재민촌을 돌며 가정별로 운동화 사이즈를 점검했다. 이형곤 선교사는 데보라 선교사가 전달한 사이즈별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의 치수를 정확히 구분해 1500켤레의 운동화를 구입했다. 

사만다으 천막촌에 방문해 운동화를 전달한 구호팀.
사만다으 천막촌에 방문해 운동화를 전달한 구호팀.

천막촌에 보낼 운동화를 가정별로 봉투에 담고 남은 것들은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했다. 이집트에서 온 청년과 튀르키예 봉사가 바리쉬가 이 일에 함께 했다. 물건이 도착하자 이규환 목사와 김동기 목사, 임인기 목사는 트럭에 올라 물품 정리를 도왔다. 

신발을 받아든 데보라 선교사는 “이재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운동화다. 그동안 음식과 생필품을 전달해왔는데 이번에 새로운 물품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데보라 선교사는 이재민들은 어두운 새벽에 집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창고 정리를 마치고 데보라 선교사와 구호팀은 사만다으 천막촌으로 향했다.
 
먼저 주택가 골목을 찾은 구호팀은 정윤주 선교사의 미용봉사 장소에서 이재민을 만났다. 정윤주 선교사는 지진 소식을 접한 이후 ‘내가 무엇으로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기도하던 중 총회 구호사역과 연결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겸하기로 했다. 이날 정윤주 선교사는 이재민 6명의 머리를 손질했다.

데보라 선교사는 이재민들의 위생 환경이 안 좋은 상태라 미용봉사를 만류했다. 하지만 정 선교사는 머리를 깔끔하게 손질하고 나면 이재민들의 기분도 좋아질 것이라며 봉사를 시작했다. 구호팀이 갔을 때 두 번째 미용봉사를 했고, 다음에는 염색을 해주겠노라 약속하고 현장을 떠났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천막촌

주택가에서 만난 8가정에 운동화를 전하자 이재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국에서 온 구호팀 차량이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함께 사진을 찍고 배웅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며 손을 내미는 이들을 뒤로하고 구호팀은 다른 천막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호팀이 이동한 또 다른 곳은 무너진 건물들이 곳곳에 보이는 도시 외곽 공원이었다. 놀이터 옆 공터에는 5~6개의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한국 나이로 1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청소년 2명이 운동기구를 하고 있었고 서너 살 꼬마 아이들은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다. 

데보라 선교사가 들어서자 천막에 있는 이재민들이 몰려나왔다. 그녀를 둘러싸고 그간 있었던 일을 쏟아내는 이재민들의 모습에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재기자의 카메라를 막아서던 귀루주 씨(43세)는 “운동화를 전달하기 위해 온 한국교회 구호팀”이라는 소리에 얼른 길을 내주며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세쌍둥이 엄마인 인지 씨(25세)는 사만다으에서 월세를 살고 있었다. 자신이 살던 집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거주민 전체가 집을 비워야 했기에 천막촌으로 이주했다. 입구를 열어 보여준 천막 내부에는 매트 몇 개와 구호품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천막촌 한켠에는 누런 구정물이 담긴 생수통이 놓여 있었는데 빨래를 위해 받아놓은 물이라고 했다.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에서 구호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귀루주 씨는 이번에 받은 운동화가 매우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녀는 안타키아에 살고 있었다. 2월 6일 대지진이 나던 날, 그녀도 생과 사를 오갔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군인이 나타나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 입고 있는 이 차림 그대로”라며 “아무것도 없이 맨발로 구조되어 이렇게 지내고 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귀루주 씨는 격앙된 듯 흥분했다.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생생히 떠오르는 듯 했다. 정윤주 선교사는 “봉사자들이 오면 이재민들이 웃으며 반기지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감춰진 그늘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고 그 트라우마는 여전하다”고 했다.

특히 튀르키예 동남부지역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성씨공동체’가 거주하는 마을들이 많다고 한다. 친인척이 모여 살던 마을이 무너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친지를 잃게 된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설 즈음, 세쌍둥이 중 하나인 다섯 살 여자 아이가 구호팀 앞으로 뛰어왔다. 아이는 새 운동화를 신고 포즈를 취했다. 핑크빛이 도는 운동화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구호팀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운동화 한 켤레는 정말 작은 선물이다. 하지만 튀르키예 이재민들에게는 단 하나의 소중한 신발이다. “정말 꼭 필요한 물품”이라는 데보라 선교사의 말처럼 이재민들 중에는 천으로 된 실내 슬리퍼로 생활하는 사람도 있었다. 

새운동화를 신고 뛰어온 천막촌 이재민 어린이.
새운동화를 신고 뛰어온 천막촌 이재민 어린이.

한국교회의 보다 신속한 지원 희망

구호팀이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당시 동남부 날씨는 섭씨 30도에 육박했다. 한여름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이 찾아온다. 천막 안에서 체감하는 온도 역시 30도를 훨씬 웃돌 것이다. 터키의 폭염을 경험한 바 있는 데보라 선교사와 이형곤 선교사 모두 천막에서는 더 이상 생활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천막보다 나은 주거환경이고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재민 아이들은 거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구호팀이 사만다으 센터를 방문했을 때 루마니아 ‘선한 사마리아인회’에서 온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틀 거리를 달려 튀르키예를 찾아와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매일 점심식사를 만들어 자신들의 차량에 싣고 천막촌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일주일 간 봉사를 마치면 또 다른 봉사자들이 동남부교회재단을 통해 찾아온다. 하지만 이와 같은 봉사도 언젠가는 끝나게 될 것이다. 

튀르키예 동남부교회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카야랜드 프로젝트’. 피난처(Tiny Homes)는 목재를 사용해 일반 컨테이너 하우스보다 시원하고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튀르키예 동남부교회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카야랜드 프로젝트’. 피난처(Tiny Homes)는 목재를 사용해 일반 컨테이너 하우스보다 시원하고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데보라 선교사는 동남부교회재단이 시행하는 ‘카야랜드 프로젝트’를 한국교회에 소개했다. 카야랜드 프로젝트는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피난처(Tiny Homes)를 제공하고 있다. 목재를 사용해 일반 컨테이너 하우스보다 시원하고 자연친화적인 것이 장점이다. 지금까지 60개의 피난처를 세웠으며 현지 이재민을 노동력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도 겸하여 추진하고 있다. 데보라 선교사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땅을 구입하고 있으며 지진 피해자들에게 단기적이고 가장 긴급한 필요를 채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보라 선교사는 카야랜드를 세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장기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카야랜드에 모인 이재민 가정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15가구로 된 공동체를 구성하여 장기적으로 예배를 비롯해 기독교 신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데보라 선교사는 “나는 그들이 알라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를 원한다. 하나님은 나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전할 기회를 주셨고 그리고 튀르키예인들이 어떻게 하나님 앞으로 오는지 보게 하셨다. 하나님은 멀리 계시지 않다. 바로 우리 안에 계심을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카야랜드 프로그램에 한국교회가 동참한다면 각 피난처마다 이름을 붙여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규환 목사는 “튀르키예는 무슬림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돕는 과정에서 함께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막촌을 둘러본 김동기 목사는 “이재민 수에 비해 살 집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보게 됐다. 총회는 물론이고 노회와 교회들이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 하나씩만 맡아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집짓기 운동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튀르키예 지진 이후 한국교회가 모금한 구호헌금이 7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벌써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그들에게 천막생활은 너무 가혹하다. 무너진 도시를 일으키고 삶의 기반이 복원되기까지 튀르키예 정부는 4~5년을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이재민들이 어떤 환경에 거하느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교회가 재난당한 이들을 위해 신속한 지원에 나서면 좋겠다. 가장 절실할 때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한국교회가 될 때, 그 사랑을 타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갈 것이다. 조용히, 그리고 신속히 튀르키예 구호와 재건에 힘쓰는 한국교회를 기대한다. 

튀르키예 하타이=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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