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이 그린 하나님
지치고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휴식을 취했던 더운 여름도 가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아이들의 방학도 끝나고, 휴가도 없는 이 계절엔 퇴근 후나 주말 오후를 이용해 가까운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20세기 대표적 화가인 '색채의 마술사-마르크 샤갈'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이미 가족단위에서부터 중고생단체관람에 이르기까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 전시회는 유화와 석판화 등 샤갈의 120여 점의 작품을 모아 시기별, 테마별로 구분해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시구성은 샤갈의 삶과 작품에 대한 연대기를 시작으로 프랑스 니스 샤갈 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는 20여 점의 작가에 관한 기록 사진을 통해 평화와 사랑을 노래한 작가의 일대기를 먼저 보여준다.
특히 이번 샤갈전에서 눈길을 끄는 테마는 그의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성서이야기’이다. 17점으로 구성된 ‘성서메시지’는 인간의 창조, 천국, 아담과 이브, 모세와 십계명, 야곱의 사다리 등 구약성서에서 선별한 주제와 결정적인 순간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성서’를 주제로 한 이 작품들을 통해 세상을 향한 구원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외에도 샤갈이 자주 다루었던 다윗 왕을 소재로 한 그림들, 신약성서에서 소재를 취한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와 ‘강변에서의 부활'을 볼 수 있다. 특히 종전 직후인 1947년에 그려진 ‘강변에서의 부활'에서 그리스도는 인류가 겪는 고통의 보편적인 상징으로 제시됐다.
이 그림들은 별개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성서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있다. 그의 작품들은 성경에 대한 샤갈의 사랑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림이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성경과 관련한 작업, 그리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종교적 주제를 다룬 모든 작품들은 샤갈 작품의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또한 ‘색채의 마술사’로 잘 알려진 샤갈의 기존 작품 외에 공산 치하에서 50년 넘게 창고에 방치됐던 유대인 극장 연작시리즈도 전시돼 더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인, 상상, 파리 등의 테마들을 통해 시종일관 삶의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는 그의 작품들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평안을 안겨준다.
한편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미술관을 비롯, 세계 유명 미술관으로부터 모여진 이 전시회는 1910년에서 1985년에 이르는 샤갈의 전생애의 작품을 보여주는 단일작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국내 미술전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립미술관(관장:하종현)은 “추상적인 그림의 이미지들로부터 자칫 난해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나 편견을 버리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특히 이번 샤갈전은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읽을 수 있는 미술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활용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10월 15일까지 계속되며, 11월부터는 부산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현승미기자(smhyun@u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