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란 산 밑 외딴집을 얻어 바깥 종 한 명과 안 종 한 명씩을 붙여 세 명이 쌀 서 말을 가지고 3개월을 견디는 사람을 며느리로 뽑기로 했다. 우선 이런 내용으로 그 고을은 물론 인근 고을 곳곳에 방을 써붙였다. 비록 신랑감은 팔푼이라 해도 사또의 아들이고 부잦집이다 보니 여러 신부감이 지원을 해서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못되어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야무지게 생긴 가난한 선비의 딸이 왔다. 바깥 종하고 안 종은 새로 온 신부감을 보고 수군수군했다.
“며칠이나 견디다 내빼려고 또 왔누?” 그러면서 저녁 때가 되어 안 종이 “저녁 쌀을 얼마나 하오리까?” 하니까 그전에 온 색시들은 한 숟갈씩 하라고 했는데, 이 색시는 “셋이 먹으려면 한 되는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다. 안 종은 얼싸 좋다 하고 쌀을 푹 퍼다 밥을 해 배불리 먹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아침밥은 얼마나 하리이까?” 하니까 “사람이 배고프면 사니? 쌀 되나 퍼다 하려무나” 하는 것이었다. 아침밥을 배불리 먹고 나자 안 종과 바깥 종을 불러다 놓고는 색시가 말했다.
“이제 배불리 먹었으니 일을 해야지. 너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읍내에 나가 팔아오고, 너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서 먹기도 하고 남으면 내다 팔자꾸나. 나는 저 아래 기와집에 가 바느질감을 얻어다 쌀 되나 벌란다.” 이리하여 셋이 열심히 일을 하니 먹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이 더 많아졌다. 석 달이 되니까 방구석에는 쌀가마니 됨직한 큰 쌀자루가 놓였다. 석 달이 되도록 잠잠해서 이상하게 생각한 사또가 와보니 쌀이 쌓여있어 놀랐다. 즉시 그 색시를 며느리로 맞아 사또 집안은 더욱 부자가 되고 자손도 번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