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장로의 설교 예화 ‘다시 찾은 천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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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의 설교 예화 ‘다시 찾은 천 냥’
  • 승인 200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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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시골에 굉장한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찾아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내게 돈 천 냥만 꾸어주시오.” “내가 뭘 믿고 당신에게 천 냥을 꾸어주겠소. 혹 그만한 값이 나가는 물건을 맡긴다면 몰라도.” “아무리 내가 경우가 없기로 그런 것도 없이 덥석 찾아와 천 냥을 빌리자고 하겠소. 보시오, 황금으로 만든 두꺼비요. 값으로 치자면 만 냥도 족히 넘을 것이오.” “황금 두꺼비라고? 과연 묵직하군. 좋소, 천 냥을 꿔주리다.”

그런데 시골 부자는 감쪽같이 속았다. 그것은 겉에만 금칠을 한 가짜 두꺼비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서울에서 장사를 하는 조카가 모처럼 고향에 내려왔다. 시골 부자는 조카가 영특하고 아는 게 많아 시험삼아 황금 두꺼비를 내보였다. 조카는 황금 두꺼비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이건 금칠 한 가짜 황금 두꺼비예요. 가짭니다, 가짜.” 조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시골 부자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렸다. 다음날, 윗마을의 송영감이 환갑이라며 사람들을 잔뜩 불렀다. 다른 손님들과 어울려 잔치 술을 마시던 시골 부자는 갑자기 눈물을 찔끔찔끔 짜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실수로 하여 집을 날리게 됐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소. 내가 일전에 황금 두꺼비를 받고 돈 천 냥을 꾸어주었는데 그걸 간밤에 도둑맞았지 뭡니까. 이제 약속한 기일이 다가오는데, 내 재산을 다 내놓아도 그런 보물은 구할 수 없을테니 말이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 소문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흘러 시골 부자를 속인 사나이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속이 검은 사나이는 어렵게 돈 천 냥과 이자를 준비해 시골 부자를 찾아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오늘이 약속한 그 날이고, 여기에 본전하고 이자 가져왔소. 어서 황금 두꺼비를 내놓으시오.” 시골 부자는 가져온 돈을 챙겨 궤에 넣고 나서 조카를 불렀다. “광에 버려두었던 가짜 황금 두꺼비를 가져오너라.” 속이 검은 사나이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씩씩거리다가 아무 말 없이 가짜 황금 두꺼비를 싸들고 줄행랑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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