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 목소리 잃은 기장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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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 목소리 잃은 기장총회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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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열리는 기장총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총회관 건축문제’. 이미 지난해 총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된 바 있지만 2년이 넘도록 논란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총무 입후보자들이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표밭을 의식한 후보들은 총회관 건축문제를 아예 함구하며 피해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개인적인 입장이야 정리되어 있겠지만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굳이 한쪽편을 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 후보들의 생각이다.

이렇다보니 기장 내부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 박종화 총무가 시작해 직전 김종무 총무가 수습에 나선 중국 명시촌사업과 용정지역 유적지 복원문제는 지금 베일에 가려진 채 실패한 정책으로 몰락하고 있다. 1억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탈북자의 거점을 마련하고 김재준·문익환목사 등 기장의 역사가 담긴 용정지역을 의미있게 복원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지금 온데 간데없고 총회는 조용히 이 문제를 수습하는 중이다.

이런 개운치 않은 사업진행과정은 결국 기장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가 왜곡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장은 ‘중국’이라는 민감한 단어조차 꺼내기를 꺼리고 있다. 총회 한 관계자는 “국가적인 사안에 나설 필요가 있냐”고 말했지만 이전에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에 발빠르게 대처하던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군부독재시절, 수많은 탄압 속에서도 기장은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금 기장은 제 목소리를 잃어버린 채 눈치만 보고 있다. ‘국가적인 사안’일수록 더 크게 외치는 것이 기장의 모습이다. 그런 기장의 모습이 그리울 뿐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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