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운영이사 92명 가운데 73명이 참석한 이날 운영이사회는, 출석 이사 중 2/3이상을 득표해야 하는 총장선출 규정에 따라 불과 45표를 얻은 강승삼목사의 총신대 총장입후보 선거가 부결됐음을 선언했다. 총신대 총장선거 무산은 지난 김인환교수, 한춘기교수의 총장 선거무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총신대 총장선출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총신대는 현재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주 운영이사들은 현재 총장선출 규정인 ‘출석 이사 2/3이상 찬성’이 너무 가혹하다며 총장선출 요건을 완화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으나 이것이 수렴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6월 김인환 교수에 대한 총장선거 무산 이후 세 번씩이나 총장선출에 실패한 운영이사회는, 대외적으로 총신대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차기 선거에서는 기필코 총장선출에 합의점을 돌출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총장선출은, 지난 회기 김의환 박사(현 칼빈대 총장)와 현재 총장인 김의원 박사가 호남계 출신으로서 연이어 총장에 선임돼 당시 영남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아 올 회기에는 ‘영남계 출신’이 총장을 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앞서 총장 후보에 나선 김인환, 한춘기, 강승삼교수는 모두 영남계 출신 인사들이다.
이같이 ‘영남-호남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총장선출이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이유는, 영남계가 추천한 인사들을 호남측 모두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아주 단순한 원인 때문이다. 똑같이 영남계 역시 모두 총장 입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영남계 후보라고 하더라도 호남계 그리고 중부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신뢰만 얻는다면 총신대 총장선출은 의외로 쉽게 풀릴 전망이다.
전진 못하고 공회전만 되풀이하는 소모적인 선거양태가 만약 당분간 계속된다면 총신대 총장선출은 부득이 89차 총회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선거 해보자”라는 관행 대신 ‘확실한 합의’가 돌출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예상되는 한 가지 변수는, 총신대 운영이사장의 임기가 올 9월20일로 마감함에 따라 현재 길자연목사의 후임으로 다른 이사가 새 임기를 시작, 총장선출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총신대 총장 입후보가 ‘운영이사장-재단이사장의 공동추천’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운영이사장의 입김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새 운영이사장에는 김동권목사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다 예전부터 차기 재단이사장에 길자연 현 운영이사장이 물망에 오르내려 총장선출은 당분간 정치권의 틈새에서 옥신각신만 되풀이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소모적인 선거가 되풀이 되면서 총신대 내부에 인물이 없다면 밖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최근 의외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평가에서 만족하지 못할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총신대 입장에서는, 레임덕 현상을 보이는 총신대 지도력을 대학외부 인사들 중 적임자를 물색해서라도 보강해야 한다는 다소 조급한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총회산하 교회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을 이끌어낼 정도의 중진급 인물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총신대 관계자는 중진급 목회자로서 개교회의 지지를 폭넓게 받는 영남계 출신 목회자가 누구든 운영이사회는 가급적 총신대 내부에서 총장을 선출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