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진입한 여호수아는 여리고에서 시작해서 가나안 성읍들을 하나하나 정복해서 서른한 왕을 쳐서 멸한다. 그 즈음 여호수아는 나이가 매우 많아졌는데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너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도다” 하면서 남은 땅들을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그 땅들을 이스라엘에게 분배할 것을 명령한다.
여기에서 ‘얻을 땅’은 ‘해야 할 일’과 같은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일을 앞장서서 하던 너는 나이가 많아졌지만 내가 하려는 일은 아직 많이 있다’고 하면서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도다’는 말은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교회적으로, 민족적으로 많은 깨달음을 준다.
요즘 정년 퇴직, 명예 퇴직, 조기 은퇴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은퇴한 분들은 ‘이제 내 역할과 존재가치는 상실됐다. 내가 설 땅이 없다’는 좌절감과 박탈감에 잡히는 일이 많다. 그러나 하나님은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도다”라고 하신다. 나이가 많아진 여호수아는 장군에서 땅을 분배하는 행정가로 삶의 방향을 바꾼다. 여호수아가 하던 일들은 비느하스를 비롯한 후배 지도자들이 잘 담당해 나가고 이것은 사사들에게 이어진다.
기업들도 이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은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야 한다. 남북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더 많은 힘을 쌓아두어야 한다’는 사고를 갖는다면 시간을 아껴가며 일하기에 힘쓰게 될 것이다.
교회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이 남아 있다. 우리는 전 인구의 1/4이 기독교인인 것을 자랑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70년대 후반, 또는 80년대 초반부터 이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20여 년을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회 여러 분야 가운데 20여 년 간 제자리걸음을 한 분야가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우 많이 남아있는 땅’ 3/4을 바라보지 않고 앞으로 자꾸 1/4을 돌아보는 습관이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해방 60년을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참으로 많은 것을 해냈다. 경제부흥, 국제사회에서 위상 제고, 올림픽을 비롯하여 많은 국제대회 개최 등 모두 여호수아가 지금까지 정복한 것과 같은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수치가 따라다니고 있다.
저울의 한쪽에 그 동안 이 나라가 이룩한 것들을 올려놓고 다른 쪽에 분단 상황이라는 것 하나를 올려놓으면 어느 쪽이 무거운 것으로 나타날까? 분단 상황 쪽의 저울이 무겁다고 내려갈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매우 많이 남아 있는 얻을 땅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가나안 땅 모두를 이스라엘에게 주시려는 계획을 세우셨다. 그런데 아직 정복하지 못한 땅이 많고 지도자는 늙었다는 상황 변화를 만났다. 하나님은 상황에 따라 계획을 변경하는 분이 아니라 계획을 이루도록 상황을 극복해 나가시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많이 남아 있는 땅에 대한 대책을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한반도 통일을 원하시고 한국교회를 세계복음화의 선두에 세워 크게 쓰시려는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그 땅을 바라보아야 한다. 조국 광복의 달 8월에 이와 같은 깨달음이 새로워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