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다는 이유로 후원 끊기는 경우도, 생계 지원이 1차 목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잠깐의 시련일 거라 가벼이 여겼던 초기의 짐작과는 달리 코로나19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선교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파도를 몸소 경험한 이들 중 하나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만여 명의 한국인 선교사 중 약 30% 가량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귀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KWMA가 파악한 대로라면 약 6천여 명의 선교사가 한국에 돌아온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귀국한 선교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가격리가 가능한 숙소였다. 대부분 우리나라를 떠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선교사들은 지낼 만한 거처가 마땅치 않았다. 급변하는 현지 상황으로 인해 경황없이 돌아온 터라 2주 동안 자가격리가 가능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 귀국 선교사 지원은 자가격리 장소 제공에 집중됐다.
하지만 사태가 1년이나 지속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한국에 돌아온 선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도록 돕는 것이 급선무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선택의 여지없이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선교지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후원이 끊겼다는 선교사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선교지로 돌아가기 위한 항공기 비용이나 돌아갔을 때 자가격리를 위한 체류비용이 너무 비싸 선교지 복귀 엄두를 못내고 있는 선교사도 있다.
이에 예장 합동총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들어와 있거나, 비용 문제로 귀국하지 못하는 선교사들을 돕기 위해 5억 원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이사장 이성화 목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귀국한 선교사들이 생계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 위협에도 귀국할 항공료가 없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장 백석총회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 지원에 나섰다. 백석 총회세계선교위원회는 지난해 선교주일 헌금으로 모인 금액 1억2천여만 원 전액을 소속 선교사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해 지급했다. 올해도 ‘총회 파송 선교사 1가정 돕기 사랑나눔 선교운동’을 전개하면서 각 지부별로 추천받은 선교사 가정에게 지원금 50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예장 통합도 선교사들을 위해 4천만 원 가량을 긴급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지금은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귀국 선교사들을 위한 복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선교사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GP선교회 대표 김동건 선교사는 “처음에는 우한에 있는 유닛이 먼저 나왔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선교사님들이 예방 차원에서 먼저 귀국했다. 장기비자가 없어 비자 연장이 되지 않아 귀국한 선교사도 있고 자녀 교육과 질병 치료, 현지 상황 악화 등 사유로 인해 긴급 탈출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선교사들 중에는 재배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재배치가 어려운 이들도 있다. 이런 선교사들을 위해서는 한국 내 이주민 사역, 특히 사역했던 선교지와 언어가 일치하는 이주민들에게 연결해 전문성을 살려 사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국내에 머물고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국내에서도 현지와 소통하며 온라인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사역부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재교육을 원한다면 국내에 있는 지금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