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회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 분에게 가장 답답한 게 한가지 있었다. 막상 부임해서 보니 수 천명의 교인들의 자료(database)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대형교회라서 인근 동네 뿐 아니라 멀리서도 오는 교인이 상당수인데 도대체 교인 거주지 분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성별, 연령별 분포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어 있는지, 직업 분포, 소득수준은 어떤지 암흑 같았다고 한다.
또 지역사회를 위해 그간 여러 활동들을 교회가 해 오고 있었는데, 과거부터 해온 관행적인 봉사활동들이 대부분이어서 지역사회가 정말 원하는 것을 교회가 하고 있는지, 행여 지역사회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는데, 정부의 도움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이 있는데 교회가 미처 알지 못해 놓치는 것이 없는지 궁금해 하셨다.
최근 출간된 한목협(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전국 2000명의 개신교인들과 비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개신교인들은 자신들의 출석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6%인 반면, 비개신교인들의 경우 집 주변의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율이 17%로 나타나, 매우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이 단순한 결과를 보더라도 한국교회가 자기 중심의 시각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한국교회에는 매우 충격적인 수치이다. 한국교회의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대해 지역민들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혁신해야 할까. 무엇을 바꿔야 할까.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과 밀착된, 지역과 호흡을 같이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면 지역을 바로 알고 바로 이해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버리고,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어야 한다.
교회가 위치해 있는 지역의 기본적인 인구 구성이 어떻게 되고, 복지단체가 얼마나 있고,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지역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한국교회 사명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통계로 보는 세상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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