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로, 많을 것 같은데 너무 없는...
상태바
여성 장로, 많을 것 같은데 너무 없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08.11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14] 여성 장로

침례교회에 출석하는 A군. 어느 날 친구들과 교회 이야기를 하던 중 ‘여성이 장로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갑론을박했다. A군이 출석하는 교회는 헌법상 장로를 인정하지 않는 침례교단.

여성 장로는커녕 남성 장로도 없었지만,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여권이 신장된 만큼,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비율과 비중을 고려하더라도 여성 장로는 있어야 된다는 주장을 했다. A군의 말에 동의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집으로 향한 A군. 이날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가만히 곱씹어보았다. 여성 목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여성 장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여성 장로가 있단다.

친구들이 다니는 교회를 알아봤더니 감리교, 성결교, 장로교, 순복음 등 참 종류도 많았다. 그런데 여성 장로가 있는 교단들이 있었다. 감리교, 장로교 통합측, 기장측 등이 대표적이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성 목사가 있는 교단들이다. 여성 목사들이 있는 대부분의 교단들에서는 여성도 장로가 될 수 있었다.

사실 유교적 분위기가 강한 한국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성 교인들의 자리는 비좁다. 전체 교인들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설자리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교회의 현실. 더군다나 교회의 주요 정책들을 결정할 수 있는 당회나 기획위원회 등의 회의에 참석하는 길은 봉쇄돼 있다. 장로가 돼야만 참여할 수 있는데 여성으로서 장로가 되는 길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그럼 여성 장로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나. 교회에서 아무리 지지를 받아도 상위기관인 총회가 허락하지 않으면 될 수 없다.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교회가 소속된 교단 헌법에 여성도 장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여성도 장로가 될 수 있는 교단은 어디일까. 장로교단 중에서는 통합측과 기장측이 대표적이다. 진보적 교단으로 분류된다. 감리교단에서도 여성 장로를 허락한다. 그렇지만 여성 목사가 있는 교회라고 해서 반드시 여성 장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상황에 따라 있고 없고가 결정된다.

여성도 장로가 될 수 있는 감리교는 어떨까. ‘교리와 장정’에 의하면 장로는 △입교인 30명에 1명의 비율로 선출 △40세 이상 67세 미만 △권사로 5년 이상 연임 △가족이 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따라붙는다.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두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위원회의 천거를 받아 당회와 지방회에서 출석 회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이 조건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장로교단에서 장로가 되는 과정은 어떨까. 조건은 거의 비슷하다. 예장 통합측의 경우 세례교인 30명 당 1명씩 장로를 세울 수 있다. 세례교인으로 7년이 지나야 하고, 40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인들 모두가 참석하는 공동의회에서 총 투표수의 2/3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것 한 가지. 순복음 계통의 교단들은 여성 목사가 있지만 여성 장로는 없다. 법규상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서는 인정해 여성들이 현직에서 목회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 장로는 허락하지 않아 여성 장로는 없는 상황이다.

여성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한국 교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성 장로가 없는 교단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성 안수를 허락한 교단에 소속된 교회라고 해서 모든 교회가 여성 장로를 선출하지는 않는 현상도 특이한 부분이다. 여성 장로, 많을 것 같은데 너무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