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의 아들 의술의 길로 인도, 드라마 속 ‘황정’이 그 주인공
백정의 아들 의술의 길로 인도, 드라마 속 ‘황정’이 그 주인공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드라마 ‘제중원’에 에비슨이 등장했다. 제중원 4대 원장으로 나온 에비슨은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황정의 롤모델 박서양(朴瑞陽·1887~1940)을 의학의 길로 이끈 사람이다.
박서양(황정 분)은 백정 박성춘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 최초 의사 7명에 든 역사적 인물이다. 박서양과 에비슨의 인연은 그의 아버지가 장티푸스로 사경을 헤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서양은 아버지를 살려달라며 제중원을 찾았고, 아들의 황급함을 목격한 에비슨은 사경을 헤매던 박성춘의 생명을 구했다. 그후 박성춘은 에비슨을 따라 기독교로 개종했고 아들 박서양을 에비슨에게 부탁했다.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에비슨은 박서양에게 병원 청소와 침대 정리를 시켰고 후에 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제중원 정식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놀라운 역사적 사실은 박성춘을 진료하다가 백정의 삶을 목격한 에비슨이 직접 고종에게 신분철폐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에비슨은 고종에게 “백정들의 남루한 삶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아시겠으니 그들의 신분을 복원해달라”고 청했다. 고종은 에비슨의 간청을 받아들여 광대와 무당, 백정 등 천민의 신분을 없애는 신분철폐를 단행했다.
에비슨과 박서양의 인연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를 제자로 극진히 아꼈던 에비슨은 1935년 한국을 떠나면서 박서양을 만나기 위해 중국 용정으로 향했다. 곧장 캐나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었으나 그는 제자의 얼굴을 먼저 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를 마중 나온 이는 그의 아내로 남편 박서양이 급한 환자가 있어 마중 나오지 못하는 것을 몹시 슬퍼했다고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에비슨은 “환자를 중히 여길줄 아는 박서양이야말로 진정한 의사”라고 칭찬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물론 드라마는 박서양이라는 실제 모델을 바탕으로 허구를 가미해 만들어진 스토리다. 드라마에서는 박서양이 알렌에게 이미 의술을 배운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에비슨에 의해 의사의 길에 들어섰고 후에 만주 용정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교회를 세우며 독립운동에 가담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드라마 제중원 속에서 만나는 에비슨의 역할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그가 키워낸 제자 박서양을 통해 펼쳐지는 의술과 사랑의 이야기에서 의료선교의 역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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