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교계기상도] WCC 갈등 살얼음 … 해묵은 갈등 청산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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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교계기상도] WCC 갈등 살얼음 … 해묵은 갈등 청산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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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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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권 결집 움직임 강하게 일어, 한기총 개혁도 관심거리

인간적 명예와 욕심 버리고 하나님의 경고에 귀기울여야


2010년을 여는 교계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 대의명분 속에 유지되어 오던 진보와 보수의 화합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기 때문이다.

2009년 여름 한국 교회에 전해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유치 소식은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해온 교단의 갈등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기독교 올림픽’이라는 표현보다 사실상 기독교의 유엔총회라고 볼 수 있는 WCC총회는 신학적 의제는 물론이고 세계 평화와 안정, 빈곤대책과 지원문제 등 다양한 안건을 다루며 세계 교회가 한마음을 모으는 회의라고 할 수 있다. WCC 총회 안에 가입되어 있는 수많은 교단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은 복음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한 보수교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안에서는 WCC가 용공, 진보, 좌파로 인식되어 있어 이러한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 보수권 WCC반대 세 결집

새해 벽두부터 보수권 교단들은 간담회로 모여 WCC에 대한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합동의 주도 아래 고신과 고려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내며 WCC 실체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WCC라는 조직과 그 신학적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오랜만에 주요한 과제를 부여받은 보수권에서는 WCC에 동조하는 국내 교단들에 대한 문제와 그들과의 교류까지도 싸잡아 비판하는 분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관련 합동 증경총회장 길자연 목사는 “WCC가 보수교단에게 있어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아는 타 교단들이 한 마디 상의와 협조 요청도 없이 총회를 유치한 것은 유감”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풀이되는 점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WCC총회 유치를 주도한 예장 통합에서 대표회장을 배출한 것. 이광선 목사의 압도적인 당선은 통합과 함께 이광선 목사를 지지한 중대형교단의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전망되며 일단, WCC총회에 대한 입장만큼은 보수권에 휘둘리지 않고 각 교단의 입장을 수렴해 형평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활절연합예배 등 한기총과 교회협이 진행해온 사업적 연합의 틀도 예장 통합을 중심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교단의 반발과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벌써 세 번째 대표회장 배출에 실패한 예장 합동의 경우, 교단 내부에서 나오는 대표회장 후보 인선과정에서의 불찰을 무마하기 위해 역으로 한기총에서의 위상 약화 등을 들고 나오며 WCC 대책 마련에 대한 맹공을 펼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때문에 재수 끝에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된 이광선 목사는 성난 보수교단의 마음을 달래는 것, WCC에 대한 여론을 무마하는 것, 교회협과 원만한 교류를 유지하는 것 등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내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여기에 한기총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개혁론에 대한 대응도 관심거리. 지난해 선거에서 깨끗한 공명선거를 앞세우며 금권선거에 정면 도전했던 이광선 목사와 통합측은 올해 선거에서 ‘클린’이라는 단어의 사용조차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기총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외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정권 중반, 힘 모으는 교계

이번 한기총 선거 과정에 대통령까지도 관심을 보였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등 정부가 교계에 갖는 관심도 지대하다. 4대강 사업과 아프간 파병 등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할 정부의 주요 사안을 목전에 두고 기독교계만이라도 현 정부의 사업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역력하다. 그러나 불교계의 종교편향 논란으로 노골적인 지원은 외려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기독교계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헌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깊어질수록 진보 교계의 외로운 싸움도 길어질 전망이다. 4대강에 대한 반대, 용산참사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여온 진보권은 한명숙 전 총리 수사상황을 접하면서 약자의 비애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60년, 세계 냉전 종식 20년 등 이념의 벽을 넘어 통일을 추구해야할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통일에 대한 입장을 강력히 촉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전개하라는 목소리를 높여 온 진보 교계는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강조할 전망이다.


# 해묵은 갈등 풀고 넘어가자

지난해 교회를 부끄럽게 했던 해묵은 갈등을 새해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벌써 2년을 끌어온 감리교 사태는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교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추악한 사안 중 하나다. 사회법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부패한 교단 안에서 명예와 자리에 눈이 먼 감리교 목회자들에 대해 질타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목회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단 전체의 문제이자 한국교회의 문제로 각인되어 있다. 천국을 소망하는 내세의 신앙이 아니라 현세의 축복과 명예만을 강조하고 바라는 인본주의적 사고방식이 교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찬송가 문제도 십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출판권 분쟁을 시작으로 불법 재단법인 설립까지 소송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합동의 가입과 법인설립 명분을 바꿔버린 공회는 심지어 합동측 출판국 중심으로 설립된 예장출판사에 찬송가 판권을 몰아주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서회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일반출판사들의 출판권이 법원에 의해 상실된 상황에서 원칙대로 두 연합기관과 함께 상생의 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괘씸하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상황. 복음선교와 하나님 나라 사역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설립된 연합기관이지만 인간적인 이익과 명분 앞에서는 서로의 목을 조르는 것도 마다치 않는 것이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기하성의 분열과 침례교, 성결교 등 교단 안에서 나타나는 갈등도 ‘사람의 욕심’을 먼저 채우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출발했다. 인간적 욕심에 하나님의 이름을 포장해 마치 내 뜻이 하나님의 뜻인 양 떠들어대는 한국 교회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 수 있다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결국 더디더라도 꼬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내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선교의 열정은 크고 높게

이처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한 갈등 속에서도 선교에 대한 열정만큼은 국내외 교계가 한마음을 모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 100주년과 로잔 케이프타운 2010, 국내에서 열리는 NCOWE 5차대회 등 각종 대회를 통해 선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이슬람의 확장과 안티 기독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선교의 저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WCC총회 유치를 계기로 세계에 한국교회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한 것에 이어 복음주의권에서 이어지는 행사에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동안 도움받는 교회였던 한국 교회가 세계에 기여하고 주는 교회로 역할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 교회 봉사창구 일원화와 섬기고 나눔으로 교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더해지면서 세상을 향해 고개 숙이고 무릎 꿇는 헌신의 노력을 가속화될 것이라는 밝은 기대가 힘을 얻고 있다.

한목협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는 “신학과 교리는 교회를 나누지만 봉사와 섬김은 교회를 하나로 만든다”며 “여러가지 갈등과 위기 속에 놓인 한국 교회의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도 착한 행실과 나눔 섬김으로 하나되고 세워지는 교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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