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4:17은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의 첫 번째 설교다. 즉, 메시아로서 공개적으로 선포하신 취임 설교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이 설교는 마가복음(1:15)과 비교할 때 간략하지만 그 핵심은 일치한다. 천국의 도래(到來)와 그것을 영접하기 위한 준비로서의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마태가 마가복음의 하나님의 나라를 천국(the Kingdom of God), 즉 하늘나라(the Kingdom of Heaven)로 바꾼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두려워했던 유대인 청중·독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된다(출 20:7). 역으로 이것은 적어도 마태가 마가보다는 유대인들의 정서를 많이 고려하여 그 복음서를 기록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기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왔다는 것은 다가오고 있다(approach)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도착했다(arrived)는 의미다. 헬라어 원문에서는 완료시제가 사용됐는데, 그렇다면 천국은 이미 도착하여 세상에 남아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마 12:28에 의하여 입증된다. 여기서 ‘임하였다’는 것은 부정과거형인데, 그렇다면 이미 발생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님의 강림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후 주님의 모든 가르침과 설교 및 선포의 주제가 됐다.
특히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다섯 편의 주님의 설교 역시 이 주제에 맞게 구성됐다. 산상설교(5-7장) = 천국 시민의 윤리적 강령, 전도 파송설교(10장) = 천국의 확장, 천국 비유설교(13장) = 천국의 성격, 교회 설교(18장) = 천국적 삶의 실재, 종말론 설교(25-26장) = 다가올 천국을 위한 준비. 한 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을 소개하고 그것의 실재(reality)를 그분의 사역과 교훈을 통해 보여주면서 그리로 우리 모든 사람들을 초대했고, 지금도 초대하고 있다. 그리고 주님의 가르침의 주제로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주님 승천 이후에도 계속 사도들과 전도자들의 설교와 선포의 주제가 됐다(행 1:3, 빌립 = 8:12; 바울 = 14:22; 19:8; 20:25; 28:23, 31).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외치면서 왜 주님은 회개하라고 말씀하시는가? 흥미로운 사실은, 마가는 천국의 도래를 먼저 선포한 후 회개를 촉구한 반면, 마태는 먼저 회개를 촉구한 후 천국의 도래를 선포한다. 이것은 마태의 청중 및 독자들이 이미 구약에 익숙하여 천국의 의미를 알고 있었으므로, 먼저 회개를 요구했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이방인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마가복음의 청중 및 독자들에게는 먼저 생소한 개념의 하나님의 나라를 소개한 후 그에 대한 반응으로 회개를 요청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하면, 마태복음은 먼저 회개하면 구약에 약속된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확실하게 성취될 것이라는 의미이고, 마가복음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가운데 도래했으니 이제 회개하고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천국의 도래와 함께 회개가 요청되었다는 것은 천국이 우리 가운데서 이뤄지기 위하여 먼저 필요한 과정이 바로 회개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