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교수 / 천안대학교
옛날 어떤 부잣집에 일곱 자매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딸을 모두 불러놓고 큰딸에게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고 물으니, “저는 아버지 덕에 먹고 삽니다” 하고 대답했다.
둘째 딸에게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고 물으니, “저도 아버지 덕에 먹고 삽니다” 하고 대답했다.
다른 딸들도 모두 아버지 덕에 먹고 산다고 대답했지만, 막내딸만은 “제 덕에 먹고 살지 누구 덕에 먹고 살아요?” 하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내일 아침 거지가 오거든 막내딸을 거지에게 딸려 보내기로 호령을 했다.
이튿날 새벽, 막내딸은 일찍 일어나서 몸단장을 하고는 거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새벽에 매일 아침밥을 얻으러 오는 거지가 오자, 막내딸은 얼른 따라나섰다.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이 놀라서 가면 안 된다고 붙잡아도 한사코 거지를 따라나섰다.
이때 거지는 막내딸이 여우로 보여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달아났다. 막내딸이 그 거지를 부르며 뒤따라가니 거지는 더욱 겁이 나서 부리나케 달아났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자기 집에 도착하자 거지는 허둥지둥 문을 열고 들어가며, “어머니, 저기 여우가 따라와요, 여우가요” 하며 무서워 떨었다.
어머니도 놀라서 문을 잠그려 하자 뒤쫓아 온 막내딸은 문을 잡고, 거지 어머니에게 자기는 여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지 어머니에게 “저는 댁의 아드님과 함께 살려고 왔습니다” 하고는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지의 오막살이 담은 온통 금덩어리로 쌓은 것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금덩어리였다. 그래서 막내딸은 거지에게 마차를 가져오라고 해서 담을 모두 헐어 마차에 싣고 가서 팔았다. 거지는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집을 크게 지었다.
막내딸은 목수에게 부탁을 해서 대문을 열 때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도록 집을 지었다. 그리고 몸을 깨끗이 씻고 좋을 옷을 입으니, 아주 훌륭한 신랑감이 됐다. 막내딸은 그 거지와 결혼을 해 잘 살게 됐다.
한편,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은 막내딸이 집을 나간 뒤로는 점점 가난해져서 거지가 되었다. 하루는 어버지가 어떤 집에 밥을 얻으러 갔는데, 문을 열자 자기 딸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하도 이상해서 그 집 주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졸랐다.
거지가 자꾸 주인을 만나려 한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 막내딸이 거지를 들어오게 했다. 그 거지는 자기 아버지였다. 막내딸은 나머지 식구들을 만나서 다시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