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25일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강대상 뒤편 붉은 휘장에 “축 성탄” 글자를 핀으로 고정해 매달던 추억이 생각난다. 주로 “축” 글자는 “성”과 “탄” 글자 사이에 두고, 조금 더 위편에 달아야 해서 키가 크지 않은 나는 발돋움을 해야 겨우 “축” 글자를 고정시킬 수 있었다.
성탄절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일은 아니다. 예수님의 정확한 탄생일은 알 수 없고, 초대교회에서 조금씩 지켜오던 중 로마의 율리우스 1세가 AD 350년경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공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서방 교회와 달리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동방정교회는 성탄절을 대부분 1월 7일로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와 달리 하기 위해 2년 전 12월 25일로 성탄절을 변경했다는 기사도 본 기억이 있다. 성탄절은 기념하는 절기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기념하느냐이다.
최근 대담 취재차 만난 한국 구세군 김병윤 사령관은 “성탄절은 하나님께서 인류의 가장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 큰 사건”이라고 분명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해결할 수 없었던 죄 문제를 해결해주시기 위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그렇기에 성탄절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의 광고 속에서 뜻밖의 표현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해피 홀리데이(Happy Holyday)’이다. 주로 미국과 같은 서구에서 다른 종교인들을 배려하기 위해 예수님 의미가 담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를 많이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관공서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용어를 못 쓰게 하고, 학교에서는 캐럴 조차 틀지 못하게 한다는 외신도 봤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해피 홀리데이’가 상륙한 것 같다. 유명 제과회사, 가전회사 등 기업들이 아이돌을 등장시켜 “해피 홀리데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의미마저 퇴색시켜 버리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축 성탄”을 우리나라 관공서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해피 홀리데이”가 아니라 “메리 크리스마스”, “축 성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