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황혼의 삶 옥죄는 ‘노노(老老)간병’…교회가 든든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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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황혼의 삶 옥죄는 ‘노노(老老)간병’…교회가 든든한 버팀목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12.10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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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죽음에서 생명으로 (36) 한국교회, 간병지옥을 막아라!

어르신 간병의 짐 덜기 위해선 사회와 교회 함께 힘 모아야
재가·요양 서비스 제공, 간병인 양성 등 노인복지 목회 요청
육체적 소진과 영적 탈진 겪는 간병인…교회가 함께 돌봐야

바야흐로 노인 인구 1천만명 시대,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는 여전히 많은 복병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황혼의 삶을 옥죄는 노노(老老)간병누구 한 명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질병 당사자와 돌봄자 모두의 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노노케어는 본래 건강한 노인이 취약한 노인을 돌본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현실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고령의 부부간 또는 나이 많은 자녀가 부모를 힘겹게 부양하는 실정이다. 그 결과 한 해 평균 16명 꼴이 간병살인을 저지르는 등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다.

간병으로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인 까닭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한국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교적 사명을 지닌 교회 역시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며, 어르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방안을 고민할 때다.


노인복지, 말씀 실천의 길
전 세계에서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간병 혹은 노노케어는 향후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핵가족이 늘고 젊은세대가 줄면서 간병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비용 부담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긴 병에는 효자도 없다지만 점점 부부도 없어지는 모양새다. 끝 모를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육체적·경제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학대, 자살, 살인 등 가족간 참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빗대 소위 간병파산’ ‘간병지옥’ ‘간병살인등 신조어도 우후죽순 파생됐다.

간병을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미룰 수 없는 가운데, 정부는 올해 어르신 1천만 시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대책을 발표하며 노인과 가족의 간병·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어르신 돌봄은 국가가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재가 의료·요양 서비스 구축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실시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도입 시군구 통합지원센터 설치 의료와 건강관리 서비스 간 연계 등을 구체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노간병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하다. 일상에서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2008년부터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허점이 많고, 간병비 지원 등 다방면에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간병의 짐을 국가와 개인, 나아가 민간이 분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교회에도 도움의 손길이 요청된다미래 노인복지목회는 필수 사역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교회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물리적 인프라를 활용해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노인복지실천연구소 이계상 목사는 노인복지 목회는 이제 특수목회가 아닌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일반목회라며 노인복지 목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선 노인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노인정책을 충분히 숙지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교회와 복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현장이라며 여생을 하나님 안에서 의미있게 마감하도록 돕는 것이 노인복지 목회다. 이 활동이 교회 밖 믿지 않는 노인들로 확장될 때 교회는 지역사회와 상생을 이루고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돌봄에 발 벗은 교계
오늘날 빈곤, 질병, 고독, 무위는 노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사중고로 꼽힌다. 반갑게도 한국교회는 이 사안을 해결하고자 비교적 활발히 사역을 펼치고 있는데,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도 그 예다.

아비목회 어미복지를 기치로 내건 군포제일교회는 26년 전 사단법인 성민원을 세우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소외된 어르신을 도와왔다. 치매나 중풍 등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수발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치료 및 재활 훈련을 제공하는 성민노인복지센터를 이끈 것.

교회는 한때 지역 내 노인 일자리 전담 기관인 시니어클럽을 위탁받아 노노케어캠페인도 실시해 눈길을 끈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낮 시간 독거 어르신 등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찾아 안부를 확인하고 간병을 돕고 말벗이 돼 주거나 생활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노케어 사업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교회는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사회 상호돌봄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간병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구인난도 점차 심각해진 와중 관련 봉사자를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는 사례도 있다. 지역 병원의 환자나 장기요양 등급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아산성결교회는 2020년경 한국사회공헌일자리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자원봉사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평신도나 주민들이 국가자격인 요양보호사부터 사회복지사, 민간자격인 간병사, 호스피스, 병원동행지도사, 웰다잉지도사, 노인생활지원사 등을 취득할 수 있게 지원한다.

조 목사는 노인복지 목회를 이루기 위해선 지도자부터 헌신해야 하지만, 성도들의 동의와 함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교회가 복지 사역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일은 삶의 현장으로 전도자를 파송하는 길이다. 결국 복지목회는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는 시니어 성도들과 지역사회 노인들을 위한 각종 사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동배 명예교수는 교회 안에 노인복지를 담당할 상설 기구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를 관장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교회에 노인간병 담당 전문 봉사자를 두어 퇴행성 만성질환과 기능장애로 고생하는 노인들에게 의료 봉사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 총회나 노회 또는 개교회에서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을 역임하거나 돌봄의 은사가 있는 목회자, 성도를 선발해 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간병인의 고통 보듬어야
결국 간병은 가족의 몫이더라.” 노인 간병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각도의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간병인은 가족들의 역할로 남아있다. 교회는 간병에 나선 이들의 처지를 헤아리고, 온 성도가 돌봄자를 자처해 섬김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본격화되는 40~50대 중장년 세대는 본인의 은퇴 문제만도 걱정이 태산인데, 자녀까지 돌보는 이중고에 처해 높은 간병비를 지불할 여력이 없다. 연령대가 점차 올라가 고령의 어르신들은 급기야 본인의 건강마저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선 젊은세대가 일과 간병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관련 법안들을 발의·시행 중이다. 간병의 빈 자리를 메워줄 간병로봇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장 간병에 뛰어든 이들을 위한 돌봄이 시급하다.

평화성결교회 최종인 목사는 최근 집필한 저서 간병의 축복에서 간병 대부분을 담당하는 가족들에게 재정적 부담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간병인이 되는 것은 체력적 소진뿐 아니라 불안과 절망 등 극한의 스트레스를 안긴다. 이는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간병인들의 영적,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가령 목회자들은 세미나를 통해 간병사역을 가르치고, 조직하고, 그룹을 만들어 간병인과 환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간병사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최 목사는 생명을 돌보는 사역은 영적사역이어야 한다. 온 성도와 교회가 병든 자와 돌봄자 모두에게 복음으로 위안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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