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이 시작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며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날들이다. 오늘 예배 가운데 대림절 초가 하나 켜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대림절 초가 켜진 모습을 보면 연말의 분주함 가운데서 마음이 평안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참 아이러니한 감정이다. 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삶은 상당히 분주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일들이 무수히 쌓여 있지만 지하실 조그만 예배당에 켜져 있는 대림절 초는 포근한 안식을 준다. 아마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라는 상징 때문일 것이다.
내게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무엇보다 평화로 느껴진다. 땅에는 평화라고 하신 성경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대림절은 개인적인 평화를 누리는 때이다. 그러면서 내게는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평화를 함께 누릴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아픔 때문이다. 올해도 전쟁의 소식은 끝이 없다. 예수의 땅인 이스라엘에서는 연일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 일컫던 그 백성들은 복수의 일념으로 팔레스타인의 수많은 이들을 학살하고, 이란과 레바논에 폭격을 일삼고 있다. 벌써 민간인 희생자의 숫자가 4만명을 넘어섰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땅이 이렇게 학살의 땅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양국을 모두 합쳐 40만 명의 사상자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회가 발전하면 전쟁이 없어질 줄 알았다. 문명이 발전하고 인류의 합리성이 성장하고,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글로벌 시대다. 인류애가 충분히 증진될 수 있는 여건이다. 더군다나 세계의 무기도 너무 발전했다.
과거와 같은 세계 1차, 2차 대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이제 핵무기의 사용으로 인류는 몇 번이고 종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이제 전쟁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판이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도 이제 사반세기가 지났는데 전쟁은 더 과열되고 있다.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지의 국지전이 아니라 언제든 세계의 화약고에 불을 지필만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 이런 세계적인 일만 있겠는가. 대한민국도 평화가 없다. 정치인들이 맨날 싸움 중이다. 정치는 이미 여의도를 떠났다. 광화문과 같은 길거리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정치는 국민에게 평화가 아니라 분노를 돌려주고 있다. 사회 통합의 장이 되어야 할 정치가 싸움을 일삼고,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으면 적이 되는 거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니 백성들이 모두 편을 갈라 이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뉴스에나 나와야 할 정치가 국민들의 삶에 찾아온 것이다.
한국교회도 평화가 없다. 사회적 이슈들이 교회로 들어왔다. 이를 기준으로 하여 교회는 갈라지고 있다. 상대를 향해서 교회 강대상에서 저주와 쌍욕이 난무하고 있다. 힘으로 밀어붙이며 다수의 폭력이 나타나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탄, 마귀, 빨갱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타나고 있다. 그 어디서도 예수의 평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림절 초를 보며 누렸던 평화는 이렇게 깨어진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마음 속 평화는 사치일 뿐이다. 2024년 대림절, 기적처럼 평화가 임하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평화의 사도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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