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달력도 어느덧 단 한 장만 남았다. 코트를 비집고 들어오는 칼바람에 연말연시가 돌아왔음을 체감한다.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사람들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감사를 고백하고 새해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다.
하지만 유독 겨울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다. 가족은커녕 아무런 연고도 없거나 혹은 경제적 궁핍으로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취약계층에게 겨울은 유난히 차고 시리다.
더 안타까운 일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몰아닥친 ‘기부 한파’다. 물론 기부를 망설이는 데는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불황이 심해지면서 선뜻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가운데 최근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막는 일에 앞장서 온 교회를 취재하면서 새삼 기독교의 사명을 돌아봤다. 지난 20년간 무상으로 어르신들에게 우유를 배달하며 안부를 물어왔다는 모 교회 목사님은 “수많은 고독사를 방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가 다 못 한 일에 교회가 함께 나서줘 고맙다’는 칭찬을 들을 때 뿌듯했다”고 웃어 보였다.
어디 독거노인 뿐이겠는가. 조손가정부터 장애인, 노숙자 등 세상에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 이웃이 너무도 많다. 이들을 향한 섬김은 그리스도인의 선택이 아니라 ‘책무’임을 기억할 때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교회는 지역 사정에 밝을뿐더러 영리기관이 아닌 덕분에 고통당하는 이웃들을 돌볼 최적의 기관이다. 바로 이 교회는 십자가의 길을 좇아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로 결단한 우리 한 명 한 명이 모여 이뤄가는 곳이다.
올 겨울 모든 성도가 강도 만난 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면 좋겠다. 한국교회가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가 주위에 온정을 나누며 ‘사랑의 온도’를 뜨겁게 높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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