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바라보며, 감사를 고백해야 할 시간이다. 본지에 소개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다시 만나 감사의 제목을 물었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르지만, 믿음으로 바라본 이들의 삶에는 ‘감사할 거리’가 넘쳐났다. 무엇보다 고난 중에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경험케 하심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신앙고백이 마음을 울린다. <편집자 주>
“장성한 청년으로 자란 자녀들에게 감사”
‘가슴으로 낳은’ 자녀 둘 키워낸 김성옥 성도(동부교회)
김성옥 사무국장은 첫째 딸을 포함해 가슴으로 낳은 아이 둘까지 총 세 명의 자녀를 키워낸 입양모다. 결혼 이후 첫째 딸을 낳고 입양을 장려하는 교회의 문화에 동참하고자 지난 2000년과 2004년 각각 두 아들을 입양했다.
크리스천으로서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입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도함으로 선택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그 어렵다는 사춘기를 지나 21살, 24살 어엿한 장성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는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를 느끼고 있다.
김 성도는 “올해를 돌아보며 감사한 것은 유독 길게 느껴졌던 아이들의 사춘기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와 달리 둘째와 셋째 자녀의 사춘기가 유독 길었다. 아무래도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입양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10년 넘게 크고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그는 매일 새벽예배에 나가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정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철저히 낮아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무엇보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었고 아이들의 마음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작은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큰 감사의 제목 중 하나다.
“지경 넓혀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최전방에서 ‘붕어빵 전도’하는 김용화 목사(백석총회 군선교사)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감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려는 모습을 보며 큰 위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안정된 울타리 속에서,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최전선이자 복음 전파의 최전방 양구 21사단에서 붕어빵으로 장병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김용화 목사는 올 한해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에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렸다.
김용화 목사는 추수감사절 예배를 위해 2달간 준비했다. 전우들과 함께 한 해 동안 사고 없이 무탈하게 보내게 하심을 감사하며 예배하기 위해 김 목사는 물론이고 군종병까지 힘써 기도하고 전도했다. 그 결과 이번 추수감사절 예배에 나오겠다고 결단한 군인이 간부와 장병을 합쳐 300명이 넘었다. 조금은 허황되다고 생각이 들 때도, 가능할까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을 의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추수감사절 예배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하나님께서 이루신 ‘최전방 GOP 찬양집회’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로암 선교회의 도움으로 짜장면데이를 진행했다. 600명이 넘는 장병들에게 군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제공하며 위문했다. 육적인 필요를 채워줬으니 영적인 필요도 채워야 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GOP 찬양집회지만 담대하게 추진했다.
“삭막한 최전방에 하나님을 높이는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감동으로 전율했습니다. 낯설어하던 용사들도 조금씩 따라 찬양하는 모습, 예수님을 아는 용사들이 눈물 흘리며 찬양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합니다.”
청년 선교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군대. 그곳에서 김용화 목사는 험한 산길을 오른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영혼을 보면 멈출 수 없다. 게다가 이제는 교회가 없는 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25인승 버스를 구입한다.
“사역이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 덕분입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넉넉한 은혜 부어주신 하나님이 사역의 주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모 홀리네이션스 김상숙 대표
“올 한 해도 모든 사역은 주인은 전적으로 하나님이셨습니다.”
우리나라에 머무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마마 킴’으로 불리는 홀리네이션스 대표 김상숙 권사의 고백이다. 그는 지난 2000년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선교회 홀리네이션스를 설립하고 무료 숙식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두 팔을 걷어붙여왔다.
특히 외국인들을 대학원에서 공부시켜주는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김 권사는 “이들이 공부를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민들을 위한 교회의 고아원과 미션스쿨에서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기쁨과 보람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에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지만, 김 권사는 언제나 넉넉히 물질을 부어주신 하나님을 향해 “모든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라고 찬양한다.
“믿음은 내 형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녀 수준으로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분명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6:38)고 약속하셨어요. 다만 이 약속을 누리려면 ‘계산하지 말고 먼저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저도 선교회를 위해 마중물 격으로 하나님께 자꾸 심었습니다.”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을 도울 때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 수천만원까지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부담되지 않았는지 묻자 김 권사는 “오히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 중 위급한 상황에서 갓난아기를 출산한 엄마부터 암 환자 그리고 희귀병을 진단받은 소녀까지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건졌다”며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을 떠올리면 저 역시 한 영혼도 제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잃어버린 한 영혼 찾아서 눈물로 씨를 뿌립니다”
산골 마을서 복음 전하는 덕천교회 최기수 목사
강원도에 위치한 산골 마을 덕천리를 두고 혹자는 ‘3일짜리’라고 일컫는다. 잠시 쉬어가기엔 좋지만 오래 살 동네는 아니라는 의미다.
목회자들조차 ‘오지’로 여기고, ‘선교지’라고 부르는 첩첩산중에 8년 전 둥지를 틀고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덕천교회 최기수 목사는 “그렇지만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구원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느냐”며 시골 목회를 자처한다.
특별히 올해 하나님은 덕천교회에 풍성한 ‘열매’를 허락하셨다. 평생 예수님의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덕천리에서 무려 9명의 성도가 새로 교회에 등록한 것.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가 귀한 곳에서 ‘주일학교’가 활짝 문을 열었다.
그는 “부임 당시 10명도 채 안 됐던 우리 덕천교회 성도 수가 올해 30~35명까지 늘었다. 주일학교도 부흥해 현재 8명이 출석 중이다. 시골교회에선 엄청난 수”라며 “잃어버린 영혼들이 주께로 돌아온 것이 가장 큰 기적이자 은혜”라고 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올해 최 목사에게 물질과 기도로 돕는 든든한 동역자들을 많이 붙여주셨다.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지만, 동시에 자녀 셋을 둔 가장인 최 목사. 안락한 삶을 좇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묵묵히 사역하는 그의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격려와 응원이 쏟아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재정적으로 부침을 겪지만 최 목사는 믿음으로 올해 1월 1일 ‘덕천 빌리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들어가는 어르신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픕니다. 이들을 모실 시설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