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 특집] “응답받지 못한 기도, 내 인생 최고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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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 특집] “응답받지 못한 기도, 내 인생 최고의 은혜”
  • 김병년 목사
  • 승인 2024.11.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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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아내 간호하며 세 자녀 키운 김병년 목사(다드림교회)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고난은 그대로였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임마누엘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을 지나는 동안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60살이 됩니다. 건강했던 아내가 셋째를 출산하고 이틀 만에 쓰러졌습니다. 40살에 쓰러진 아내를 20년 동안 집에서 간병해왔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막내는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5살 때 엄마가 쓰러진 둘째 아들은 군에 입대해 군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때 9살이었던 큰딸은 이제 독립해 싱글의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4~7월까지 4개월 동안 교회에 안식월을 요청해 쉼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도들에게 안식월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데 기쁨이 없습니다. 성도들이 기도 부탁을 하는데 제게 기도의 열정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인정을 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의 칭찬이 없으면 마음이 허전합니다. 목양의 열정이 희미해졌습니다”. 목회자로서는 부끄러운 고백이지요. 그래서 교회에서 쉬게 해주셨습니다. 20년 동안 매일 아픈 아내를 간병하고, 세 자녀를 양육하면서 개척한 교회를 섬겼던 제게 안식월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아파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낫기만을 하나님께 열심히 간구했습니다. 몇 년 동안 기도했지만, 아내가 낫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때는 차라리 아내를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 달라는 기도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기도는 응답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낫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살게 하셨습니다. “응답받지 못한 기도, 내 인생 최고의 은혜”. 이것이 20년을 지나온 제 인생의 고백입니다. 물론 쉬운 고백은 아닙니다. 바로 고통의 긴 여정을 통해서 얻은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질병 속에 매일 허덕이며 살아갑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 삶 속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제 삶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살게 하였습니다. 사랑하며 살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가족이 가난해도 행복했던 이유입니다. 질병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내와 엄마의 병을 고쳐 달라고 기도하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가 더욱 어려워질 때 하나님이 가까이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고난과 위기의 상황에 놓일 때 하나님이 보이지 않으며, 관계 역시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 삶에 가장 큰 위로는 어려울 때 하나님이 말씀으로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이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제 실수로 인하여 배우자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기도원을 전전하며 아내를 위해 기도했는데, 한순간에 발생한 화재로 아내가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것입니다. 그 과실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 인한 괴로움 속에 오산리 금식기도원에서 기도하는데 성령 하나님은 “병년아 나는 네 속에 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속에 있는 걸 누가 몰라요. 내 속에 있는 것을 몰라서 온 것이 아니라 아내를 고쳐 달라고 왔어요. 주님 제 말 좀 잘 들어주세요.” 그런데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 모든 말을 다 들으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낫는다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나선 고쳐 달라는 기도를 멈추었습니다. 그때부턴 “하루하루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고난으로 인해 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은혜는 한밤중에도 여호와가 나와 동행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제 인생 최고의 은혜는 응답받지 못한 기도라는 것이지요. 제 인생 최고의 은혜는 어그러지고, 망가지고, 투정 부리고, 대들어도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는 그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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