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드려지는 거룩하고 경건한 예배, 교회에서 만나는 주 안에서 하나 된 지체들, 함께 손을 높이 들고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가슴 벅차 뛰기도 하며 올려 드리는 찬양.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모든 일상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반도에 복음을 들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의 열매다. 선교 없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 현대 선교의 방향을 정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략을 재설정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던 로잔운동의 제4차 대회가 오는 22~28일 한국에서 개최된다.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로잔대회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약 190개국 5천여명의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될 예정이다.
역대 로잔대회 중 최대규모로 열리는 이번 대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헌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장소와 재정, 인력 등 실제적인 준비부터 말씀 네트워크와 기도 대성회를 통한 영적 대각성 운동까지 곳곳에서 한국교회의 섬김이 빛났다. 제4차 로잔대회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대회 준비에 중추 역할을 감당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를 지난 4일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에서 만났다.
-역사적인 제4차 로잔대회의 한국 개최가 눈앞에 다가왔다. 사실 ‘미전도 종족’이나 ‘10/40 창’ 등 로잔에서 탄생한 선교 용어들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이들의 배경이 됐던 로잔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성도들이 많이 계신다. 로잔운동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로잔운동은 1960년대 전 세계 교회가 급속히 자유주의 신학에 영향을 받아 성경적 선교가 위험해진 상황에서 이에 대항하며 일어난 운동이다. 1968년 WCC 웁살라 총회에서 선교를 ‘인간화’로 정의하면서 유럽과 북미의 복음주의자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대항하며 미국의 빌리 그래함과 영국의 존 스토트를 중심으로 세계 선교를 위한 복음주의자들의 연합 선교 대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로잔운동은 교파나 교단의 신학적 통합을 추구하는 운동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는 일에 온전한 초점을 둔 ‘협력 선교 운동’으로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동시에 교회가 지상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교회 갱신 운동’이며, 모든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복음의 선포자와 증거자로 살아가도록 촉진하는 ‘전문인 선교 운동’이기도 하다.
로잔운동은 각 대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서약문의 형태로 알린다. 1차 대회에서는 로잔언약, 2차 대회는 마닐라선언, 3차 대회는 케이프타운서약으로 정리됐다. 이번 제4차 대회의 논의는 ‘서울선언’으로 정리돼 전 세계 교회를 향해 발표할 예정이다.
-제4차 로잔대회는 로잔운동이 시작된 지 50주년을 맞는 해에 열린다. 이런 역사적인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는 점도 뜻깊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3차 대회 이후 전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기후환경의 위기,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성혁명으로 인한 창조질서의 붕괴, AI로 인한 산업의 격변 등 인류가 직면한 최악의 위기다. 전 세계 교회 환경도 달라졌다. 유럽의 교회는 급속도로 쇠퇴하고 북미 교회 또한 사회적 영향력을 잃고 있다. 기독교 인구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고 있으며 비서구권 교회들이 선교 운동에 더 많은 헌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에서 모이는 대회를 통해 지난 10년간 논의되지 못했던 선교적 이슈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호스트 국가가 국제 본부와 공동 주최를 맡는 동시에 아시아 교회들도 주체로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 국제 대표 마이클 오와 함께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섬기게 됐고 아시아의 지도자들이 이번 대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로잔대회 준비에 가속이 붙으며 로잔운동을 둘러싼 오해들도 적지 않았다. ‘자유주의’나 ‘신사도운동’과의 관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아직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해주신다면.
요즘 회자되는 로잔에 대한 비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는 로잔이 WCC처럼 복음전도의 우선성보다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곡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성경은 당연히 하나님의 백성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다. 구약에선 고아와 나그네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신다. 따라서 사회적 책무를 비성경적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WCC와 로잔의 차별성은 사회적 관심이 아닌 오히려 성경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복음전도의 필연성과 우선성 등 복음주의의 핵심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강조점은 로잔의 첫 번째 문서인 로잔언약의 서두에서부터 잘 적시되어 있으며 마닐라선언과 케이프타운서약에도 유지된다. 로잔은 처음부터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는 사회복음, 사회구원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로잔이 종교다원주의적이고 종교간 대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다. 로잔문서는 타종교인들에게 무례하게 복음을 전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상대를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종교는 상대적이라는 종교다원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로잔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세계 복음화에 기여했으며 해외 미전도종족뿐 아니라 국내 지역 전도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제4차 로잔대회 개최에 한국교회의 섬김이 곳곳에서 빛났다. 재정과 장소, 인력과 같은 ‘하드웨어’ 요소는 물론 말씀 네트워크와 사도행전 공동설교, 목회자 컨퍼런스, 기도 대성회를 통해 영적 대각성 운동까지 주도한 점이 돋보였다. 대회를 준비하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초점을 둔 것은 복음에 합당하고 로잔정신에 합당한 대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로잔 정신은 복음에 기초해 겸손, 정직성, 단순성(Humility Intergrity Simplicity)으로 요약된다. 이런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큰 대회를 준비할 때의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자발적으로 마음을 다해 협력하기로 한 모든 교회와 단체, 지도자들과 연합하고 조직은 최소화했다. 후원을 위한 조직도를 만들고 재정을 각출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대회 준비가 가능할지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기적같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조직’이 아닌 ‘운동’에 초점을 두기 위해 한국준비위는 ‘중보기도 연합운동’과 ‘말씀 네트워크’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7월 14일 기도대성회를 시작으로 5천여명의 참석자를 위해 1년간 기도를 이어왔다. 2024년 한해 동안 사도행전 본문을 함께 설교하는 강해설교운동도 진행했다. 로잔대회의 본문인 사도행전을 통해 한국교회 모두가 선교적 교회로 전환되길 소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전통적 선교 방식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글로벌 이주에 의해 선교 파송국과 선교 대상국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디지털 기술은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펼쳐지는 제4차 로잔대회는 어떤 주제를 중요하게 다루게 될까.
이번 로잔대회에서는 ‘다중심적 선교’와 ‘디지털 시대의 선교’가 가장 심도 깊게 다뤄지리라 전망된다. 대회를 앞두고 국제로잔이 출간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에는 현대 선교의 중요한 의제 10개가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처음으로 언급된 의제가 ‘다중심적 기독교’다.
선교학자와 현장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부상, 다중심적 세계 선교와 자원 모금, 다수 세계의 선교 운동에 대해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논의하고 있다. 또 디지털 도구들이 복음 전도와 교회 성장을 위해 적극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복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지역으로 신속히 전파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성경적 대응이 논의될 것이다.
이젠 목회자가 아니라 교회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어떤 교회도 홀로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 반드시 크고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야 한다. 함께 모여 선교하라는 이 부르심에 의식 있는 많은 교회와 목사님들이 순종함으로 동참하고 있다. 로잔운동을 통해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와 연대하며 한국교회가 선교적 연합을 이루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는다. 한국 선교사들 역시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타국 선교사들과 적극적인 협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로잔운동은 언제나 문서를 통해 복음주의자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세계 선교의 중요한 의제와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번에 발표하게 될 ‘서울선언문’의 내용에도 전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내용이 포함되나.
서울선언문에서는 7가지 주제를 다룬다. 복음과 성경, 교회, 인간론, 제자도, 국제 가족, 기술이 그것이다. 특히 네 번째 항목인 인간론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선언문에선 3차 대회 이후 일어난 동성혼 합법화 흐름에 대해 성경적인 관점에서 비판하고 올바른 창조질서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기술의 영역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문명이 급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대에 열리는 4차 대회는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선교적 활용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이에 대한 압축적인 선언이 담기게 될 것이다.
-로잔은 운동이기에 대회 이후가 더 중요하다. 특히 비서구권 교회가 세계 선교의 바통을 이어 받을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작업이 중요한 과제다. 로잔의 정신을 잇기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로잔운동은 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조직화된 제도와 기구로 존재하기보다는 영향력과 운동으로 존재하기 원한다. 기구는 조직과 자금이 이끌지만 운동은 비전과 순수한 헌신이 이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연합 운동은 몇몇 대형교회의 영향력과 재정 지원, 인원 동원 능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헌신에는 감사하지만 역동적인 자발성을 가로막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제4차 로잔대회 이후에는 더 이상 교회와 선교가 이혼한 상태이면 안 된다. 선교 목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가 곧 선교 지도자라는 생각으로 교회의 정체성과 목적이 곧 선교가 되어야 한다. 로잔의 연합 정신과 선교적 교회 정신이 한국교회에 바르게 이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로잔위원회는 로잔대회의 중요 문서들이 한국교회에 영향력을 미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젊은이들에게 로잔운동의 정신과 신학을 소개하고 양육할 것이다. 로잔 목회자대회 역시 지속적으로 개최해 한국교회가 복음적인 선교적 개회로 갱신되도록 기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