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한교총 제안한 통합 합의안 "수용 불가"...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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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한교총 제안한 통합 합의안 "수용 불가"... "이제 와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9.0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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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35-5차 임원회 개최 ... "일방적 문건" 반발
임원회 비상식 발언 난무 "한교총은 이단" 주장까지
대표회장 반대 입장문 내고도 합의문서 만들겠다고?
한기총은 지난 5일 긴급 임원회를 개최하고 한교총에서 보내온 기관 통합 합의문 초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정서영 목사)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장종현 목사)이 제안한 연합기관 통합 제안을 결국 거부했다. 수년째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협상을 진행해온 한기총이 이제와 대화 파트너 한교총에 대한 교리와 신학을 거절 명분으로 삼는 것은 졸렬해 보일 정도로 옹색하다.

한기총은 지난 5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회의실에서 제35-5차 긴급 임원회를 개최하고, 한교총이 지난달 22일 날짜로 보내온 기구 통합을 위한 ‘합의문 초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기총 임원들은 시종일관 한교총이 보내온 합의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려내며 반대 하면서, “유일한 보수 연합기관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정서영 대표회장의 ‘통합에 대한 입장문’을 채택해 한교총에 발송하기로 결의했다.

임원들은 합의안이 한교총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성됐으며, 그 내용이 한기총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김정환 사무총장은 "한교총은 공문에서 양측에서 협의한 안이라고 표현했지만, 우리 공문에서는 '귀 회에서 제안한 통합안'이라고 했다. 한교총에서 제안한 통합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기총은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교총 정관과 제 규정을 사용한다는 점’, ‘한교총 인사의 단독 대표인 점’, ‘3대 종단협의체 구성을 위해 만남을 가진 점’ 등을 합의문 부결 이유로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이날 회의를 주관한 정서영 대표회장은 부결을 의도한 듯 미리 작성해온 입장문을 회의 중 낭독했고, 임원들은 원안대로 채택해 한교총에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입장문 내용을 보면 정 대표회장은 “한기총은 신학이 다른데도 단순히 모여 있는 것을 연합이라고 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것은 연합의 종착점이 아니다”며 “현재 3개로 나뉜 연합기관을 통합하기 위해 많은 모임을 갖고 합의와 양보 등 각고의 과정을 거쳤으나 이 과정에서 결코 잃어서는 안 될 한기총의 창립 목적을 생각했다. 한기총이 개혁주의 보수신학과 신앙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통합이 아닐 것”이라며 주장했다.

한교총 합의문 안에 반발해 공기관 차원에서 수용하지 않기로 얼마든지 결의할 수 있지만, 이날 회의에서 보여준 정서영 대표회장의 입장문과 한기총 임원들의 발언은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이 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이 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수차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와 통합을 추진했던 정서영 대표회장이 지금에 와서 한기총 창립 정신과 신앙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통합을 할 수 없다며 원론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것이 연합의 종착점이 아니다”는 정 대표회장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교총 내 NCCK 회원교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문제 삼는 내용으로, 이 역시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제와 회원교단을 문제 삼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 대표회장은 “(NCCK 회원교단) 감리교와 루터교가 (한교총에) 있는 걸 나중에 알았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재임 당시 이미 한기총 창립 때부터 NCCK 회원교단이었던 예장 통합총회와도 왕성한 사역을 함께한 바 있다. 그 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논리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교총측에서 통합이 무산될 경우, 천주교·불교와 함께 3대 종단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회장은 “천주교 불교와 모이는 것을 내가 반대했다.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제2의 종지협,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다가 타종교에서 반대해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종교와 모이는 것을 반대했다는 언급은 이율배반적 주장이다. 이미 정 대표회장은 7대 종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지난 7월에는 올림픽 대표단을 격려하기 위해 진천까지 타종교 지도자들과 동행한 바 있다.

이날 임원회에서는 한교총을 종교다원주의 단체를 매도하는 발언들이 반복해서 나왔지만, 정작 7대 종단과 함께 종지협에서 활동해온 한기총 자신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이날 임원회에서 나온 임원들의 발언의 수준이 상식 이하라는 데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한 인사는 “우리는 신본주의이고, 지금 한교총은 잡종교이다. WCC, WEA, NCCK, 동성애 찬성하는 이런 데… (한교총은) WCC, 로마교황청, 막스 레닌주의부터, 히틀러부터 내려온 것”이라는 악의에 찬 발언을 쏟아냈다.

또 다른 임원은 “한기총 내 이단이 있나? 이단은 저들이 이단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한기총 내 이단 논란이 일소됐는지는 최종 확인을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연합기구 통합의 최대 난제가 한기총 내 이단문제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교총 회원교단 전체를 이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을 지낸 또 다른 인사는 “신학적인 것 때문에 (한교총과) 하나 될 수가 없다. 한교총은 해체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신학적 노선은 한기총이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목회자 역시 현재 한교총 다수 회원교단과 함께 다양한 연합사업을 전개해온 이력이 있다. 더구나 이 발언을 한 인사는 현재 한교총 회원교단인 예장 합신 총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심지어 또 다른 임원은 “통합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저들은 용공주의자들이고, 교회를 전복시키는 지지자들이다. 북한에 나라를 바치고 싶어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서, 폭력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한교총 합의문안을 부결시키면서, 한기총 임원회는 단체 차원의 요구 내용을 담은 합의문서를 별도로 만들어 한교총에 통보하기로 결의했다. 통합 무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서영 대표회장은 "우리 생각은 이렇기 때문에 당신들 생각을 물어온 것이니 흥분할 필요 없다"고 임원들을 다독이면서 "우리는 우리 안을 만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면 된다. 합의안이 무례하다고 생각들지 않나, 우리도 무례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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