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느끼는 세계명화 전시회…장애와 비장애의 벽 허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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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느끼는 세계명화 전시회…장애와 비장애의 벽 허물길”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8.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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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 개최

“만져보세요, Touch it!”

일반적인 전시회 현장에서는 작품을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라는 문구가 흔히 눈에 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전시회 입구부터 작품 곳곳에 만져보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김미경)이 주최한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 현장에서는 세계의 명화들을 눈이 아닌, 손끝으로 만지며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선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관악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에서는 입체적인 모형의 그림으로 구성된 ‘촉각 명화’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동안 눈으로만 보았던 세계의 명화를 직접 만지면서 촉각으로 사물의 음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올해 3월 주최한 제1회 촉각명화 공모대회 ‘촉명한 이야기, 야! 일단 만들자’에 출품한 작품들을 내부 갤러리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전시회는 시각장애인의 미술작품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일반인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번 전시회는 장애인들의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세상 속에 자신의 존재를 더욱 드러낼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두를 위한 촉각명화’를 주제로 치러진 공모전은 빈센트 반고흐와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신윤복 등의 세계의 명화들이 촉각 수작업과 3D 프린팅을 거쳐 촉각명화로 재탄생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공모전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양산을 쓰고 왼쪽으로 몸을 돌린 여인’을 촉각 명화로 표현한 이민경 씨의 작품이 대상을 수상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는 배경 위로 풀밭 언덕에 한 여인이 서 있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오른손에 든 양산을 어깨에 살짝 기대고 있는데, 모자에 두른 스카프와 풀밭의 잔디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모네의 작품을 ‘봄의 온도’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했으며, 솜으로 폭신한 구름을 표현하고, 잔디밭은 면 소재의 조직물과 털실을 섞어 다채로운 색감을 연출했다. 양산을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헝겊과 유화를 덧칠해 표현했다.

수상소감으로 이민경 씨(20)는 “처음 도전하는 촉각 명화 제작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수상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렇게 제작한 작품이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낮추고 비시각장애인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눈여겨볼 작품은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가을 작품을 촉각 명화로 제작해 장려상을 수상한 김보겸‧김명륜‧신유민 씨의 작품이다.

작품은 왼쪽을 보고 있는 사람의 옆모습을 그린 초상화로 그림의 테두리에는 꽃과 나뭇잎 넝쿨이 둘러 쌓여 있고, 인물의 눈코입, 수염 등은 모두 가을의 결실을 나타내는 각종 채소와 과일로 구성돼 있다. 호박을 모자처럼 쓰고 배와 사과, 버섯으로 이목구비를 만든 모습이 이색적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공모전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공모전을 통해 최종 선정된 8팀에게는 총 23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인애 팀장은 “심사위원들이 모두 직접 만져보면서 작품의 견고성과 주제의 명확성,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서 심사를 진행했다.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가 공감할만한 작품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복지관 촉각교재제작팀(팀장:이인애)은 지난 2014년부터 시각장애인 대체도서, 촉각 교재, 촉각 지도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습자료를 제작 및 보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촉각명화 전시회를 실시했으며, 그동안 촉각명화를 제작해오다가 올해 처음으로 공모전 형식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기획 배경에 대해 이인애 팀장은 “기존 전시회에서는 봉사자들을 섭외해 작품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봉사자층을 확대하고 일반인에게도 시각장애인의 인식 개선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는 두리중학교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미술 교사의 제안으로 참여해 작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이 다음세대의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된 작품은 향후 ‘찾아가는 문화행사’를 통해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의 외부 전시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팀장은 “눈으로 봤을 때는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만져볼 때 감상의 효과가 훨씬 더 좋은 작품들이 있다. 이 점에서 촉감명화 전시는 우리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전시회는 오는 27일까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온라인 전시 ‘갤러리360 (https://exhibit.gallery360.co/v/bjigh0Db)’을 통해서도 음성 해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S갤러리 내부에서 오는 27일까지 ‘촉각 명화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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